중국의 역사 침탈(侵奪)

BC 28세기 요하문명의 濊貊族이 남하 하여 夏, 商, 周를 건국하면서 황하문명을 일구었으며, 鮮卑族이 秦, 漢, 隨, 唐을 건국했습니다. - 기본주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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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투성이 고수가 혁신이다

자연정화 2018. 1. 15. 14:55

상처투성이 고수가 혁신이다

 

자료출처 : 한겨레 2017. 05. 23. 이봉현 연구위원

 

지상 123층 잠실 롯데월드타워. 국내 최고층이자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이 빌딩은 첨단 기술의 집합체이다. 75만톤에 이르는 무게를 지탱하는 터파기 설계, 555m 높이의 건물이 지진 같은 큰 힘에 뒤틀리지 않게 하는 구조설계, 초속 80m의 강풍에 부러지지 않게 하는 공기역학적 풍동설계, 2만개의 유리판을 붙여 나가는 외벽 시공까지.

 

그런데 이런 첨단의 현장에 한국 업체의 이름은 없다. 터파기 설계는 영국 에이럽(ARUP)이, 구조설계는 미국 레라(LERA)가, 풍동설계의 컨설팅 및 검증은 캐나다의 RWDI 사가, 그리고 외벽 시공은 일본 릭실(Lixil)과 미국 CDC가 했다. 한국 건설회사는 무얼 했을까? 설계도면이 나오면 철강, 콘크리트 등 자재를 구매해 시공했다.

 

각종 첨단기술이 적용된 롯데월드타워. 연합뉴스

 

롯데월드타워에는 한국 산업의 현주소가 드리워져 있다. 제품과 서비스의 밑그림은 원천기술을 가진 외국업체가 그리고, 한국 업체는 그 설계대로 실행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구도가 몇십년간 크게 변하지 않았다. 물론 빠르고 효율적인 실행 능력은 중요하다. 이런 재능 덕분에 한국은 제조업 강국 소리를 들으며 세계 10위권 경제를 이뤄냈다. 하지만 한계가 점점 뚜렷하다. 설계도대로 물건 만드는 것이라면 중국, 베트남 같은 후발국이 더 적은 비용으로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조선, 건설, 스마트폰, 철강,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 주력 산업 곳곳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기업의 활력은 사그라지고 청년실업 문제는 못내 해결하지 못하리란 위기감이 높다. 서울대 공대 교수들은 원인과 처방을 연구했고 그 결실이 2015년 9월 나온 책 <축적의 시간> (지식노마드)이다. 이 책은 우리 산업의 가장 큰 문제가 ‘개념설계 역량의 부재’라고 지적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개념설계란 존재하지 않는 것을 흰 종이 위에 그려내는 것이다. 애플이 스마트폰이란 휴대용 컴퓨터를 만든 것이나, 구글이 바퀴 달린 컴퓨터로서 자동차를 재창조하는 것이 개념설계의 예이다. 혁신적인 제품은 개념설계가 있어야 나온다. 개념설계 능력이 있는 기업은 과실을 독차지한다. 자체 공장 하나 없는 애플이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영업이익의 79.2%를 차지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물량으로는 애플의 비중이 14.5%에 불과했는데도 그렇다.

 

한국 산업은 실행에는 뛰어난 역량을 보였지만 개념설계 단계로 넘어가는 문턱에서 지체돼 있다. 로켓으로 치면 추진력이 소진된 1단계 엔진을 분리할 고도가 훨씬 지났지만 계속 그 관성으로 날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개념설계 역량을 키우지 못한 것은 ‘성공의 역설’이기도 하다. 남이 간 길을 재빨리 쫓아가는 능력으로 불과 40여년 만에 최빈국에서 국민소득 3만달러 가까이 이른 경험은 대단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빠른 실행에 최적화된 생각과 관행이 산업뿐 아니라 교육, 문화, 언론 등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 안타까운 것은 실행을 잘한다고 개념설계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동료 교수 25명과 함께 쓴 <축적의 시간>을 기획한 이정동 서울공대 교수가 최근에 후속으로 <축적의 길>을 내놨다. 앞의 책이 ‘진단’이라면 새 책은 우리 산업과 사회가 ‘2단 로켓엔진’을 점화하려면 무얼 할지에 초점을 맞춘 ‘처방’이다. 이 교수는 실행과 개념설계는 접근부터 다른 것을 인정해야 비로소 길이 보인다고 말한다. 둘은 비슷해 보여도 “며느리와 쥐며느리만큼이나 다르다”는 것이다. 실행이 중심이 될 때는 ‘어떻게’ 할지가 관심이지만, 개념설계를 해야 할 때는 ‘왜’를 질문해야 한다. 그래야 독창적인 밑그림이 나온다. 실행역량이 ‘노하우’(know-how)라 면 개념설계 역량은 ‘노와이’(know-why)이다. 실행에서는 ‘효율성’이 바람직한 판단 기준이지만 개념설계에서는 ‘차별성’이 기준이다.

 

실행이 있는 길을 잘 찾아가는 것이라면 개념설계는 길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직접 해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한 번에 성공하는 시도는 거의 없다. 그림을 그려보고 적용해 보고, 안되면 다시 고치는 과정을 반복해야 길러지는 것이 개념설계 역량이다. 실행은 매뉴얼이 있지만 개념설계는 그런 게 있을 수 없다. 개념설계 역량은 결국 교과서가 아니라 사람에게 시행착오를 통한 경험이라는 형태로 “생채기처럼 체화”되는 것이다.

제조 현장은 이런 시도와 실패, 다른 시도가 이어지는 못자리다. 이런 걸 뒤늦게 깨달은 미국이 오바마 정부에서부터 제조업 유턴(리쇼어링)을 열심히 추진해온 까닭이 여기 있다.

 

혁신이 천재의 영역이란 생각도 착각이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출발일 뿐이다. 사업화하기까지 다른 아이디어와 합쳐지고, 개발되어야 하며 이 과정이 더 험난하다. 그래서 다양성이 있고 이런 게 잘 섞이는 사회 시스템을 갖추는 게 혁신에 친화적이다.

 

개념설계 역량이 가진 독특한 특성, 즉 시행착오를 꾸준히 축적해 나가지 않으면 얻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우리 산업계는 잘 몰랐다. 알더라도 애써 무시해 온 것이 지금의 위기를 불렀다. 그러나 이제는 더 늦출 수도 없다. 실행역량에서 이미 우리의 턱밑을 파고든 중국은 엄청난 인구를 무기로 시행착오의 시간을 압축하면서 개념설계에서도 앞서가고 있다. 자국에 수천 킬로미터의 고속철도를 깐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이 2015년 샌프란시스코 고속철도 사업을 자체모델로 수주한 것이 한 예이다.

 

저자는 “한국사회는 도전적 시도와 시행착오의 축적을 가로막고 있는 루틴(관행)들이 가득하다”며 혁신의 방법으로 4가지 열쇳말을 제시한다. 바로 △고수의 시대 (축적의 형태) △스몰베팅 스케일업 전략 (축적의 전략) △위험공유 사회 (축적지향의 사회시스템) △축적지향의 리더십(축적지향의 문화) 등이다. 전문가를 키워내지 못하는 조직에서 개념설계가 탄생하지 않는다.

 

고수, 괴짜, 덕후를 존중하고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한방에 큰 것을 기대하는 선택과 집중도 옛말이다. 어느 구름에서 비(개념설계 성공)가 내릴 줄 모르니, 작은 아이디어들을 검증하고 발전시켜 나가는(스케일업) 전략이 필요하다. 시행착오 한번에 인생이 망가지는 사회에서 축적의 꾸준함은 지속되기 어렵다. 무엇보다 위험을 평가하고 분담하는 금융의 역할이 필요하다. 빠져서는 안될 것이 정치인과 기업 경영자의 리더십이다. 어느 누구도 먼저 움직일 수 없는 ‘죄수의 딜레마’를 끊어내는 리더십만이 오늘과 다른 내일을 만들기 때문이다.

 

 

 

 

출처 : 아리수바이오 http://cafe.daum.net/gaundew/dI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