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역사 침탈(侵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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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우주·과학

날개 없는 선풍기의 원리

자연정화 2018. 8. 26. 15:12

날개 없는 선풍기의 원리

 

바람이 부는 것은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공기가 이동하는 현상이다. 날씨가 더울 때 부채질을 하면 시원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부채가 주변의 공기를 걷어내 저기압 상태를 만들고, 기압차이로 인해 이 공간으로 공기가 밀려들어오게 되면 바람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바람은 피부의 땀이나 체액의 증발을 가속시킨다. 액체가 증발할 때는 열이 필요하기 때문에 땀이 증발하면서 몸의 열을 빼앗아 간다. 그래서 체온이 내려가게 되고 우리는 시원함을 느끼게 된다.

 

날개 없는 선풍기의 발명

 

부채질을 하여 더위를 식히는 것은 우리 몸을 직접 움직이는 일이라 좀 지나면 다시 열이 나고 힘이 들게 된다. 사람이 힘들게 바람을 만드는 대신에 지속적으로 시원한 바람을 만들어 내는 기구가 여름철에 우리가 사용하는 선풍기나 에어컨이다. 선풍기의 원조는 큰 부채를 천정에 매달아 시계추처럼 움직이게 한 것이었다.

 

다이슨(Dyson)사에서 만든, 날개 없이 바람을 만들어 내는 선풍기

 

지금과 같은 날개가 달린 선풍기가 나온 것은 1800년대 중반쯤으로 태엽을 감아서 선풍기 날개를 돌아가게 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 동력이나 사용의 편리함을 위해 기능이 조금씩 변화 하긴 했지만 선풍기를 떠올리면 풍차나 바람개비와 같은 날개가 회전하면서 바람을 일으키는 모습이 떠오르는 사실에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인간의 상상력은 언제나 획기적인 발명품을 만들어 내는 법, 2009년 영국의 다이슨(Dyson) 회사가 날개 없는 선풍기를 개발했다. 날개가 없는데 어떻게 바람이 생기는 것일까? 겉으로 보기에 너무 간단한 구조라 도대체 바람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더 궁금할 것이다. 실제로 선풍기 날개는 없어진 것이 아니라 바람을 일으키는 선풍기의 날개(팬)는 모터와 함께 원기둥 모양의 스탠드에 숨어 있다. 스탠드 안을 들여다보면 비행기의 제트 엔진을 연상시키는 팬과 모터가 있다. 즉 공기를 끌어들이기 위해 제트엔진 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둥근 고리 속의 비밀: 베르누이 원리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둥근 고리의 단면은 속이 빈 비행기 날개의 모양이다. 속이 빈 둥근 고리 내부로 밀려 올라간 공기는 고리의 구조적 특징 때문에 약 88km/h정도로 유속이 빨라진다. 이 빠른 속력의 공기가 빈 고리 내부의 작은 틈을 통해 빠져나오면서 둥근 고리 안쪽 면의 기압은 낮아지게 된다. 이 때문에 선풍기 고리 주변의 공기는 고리 안쪽으로 유도되어 고리를 통과하는 강한 공기의 흐름을 생기게 한다. 이 때 고리를 통과하는 공기의 양은 모터를 통해 아래쪽으로 빨려 들어간 공기의 양보다 15배 정도로 증가하게 되는데 이러한 원리로 바람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 고리가 날개 없는 선풍기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된다.

 

날개 없이 시원한 바람을 만드는 선풍기의 원리.

 

속이 빈 고리의 단면 위쪽(고리 바깥 면)은 비행기 날개 윗면과 비슷한 곡면이고, 아래쪽(고리 안쪽 면)은 비행기 날개 아랫면처럼 상대적으로 평평하다. 고리를 이루는 바깥 면과 안쪽 면은 약 1.3mm정도의 작은 틈을 사이에 두고 맞물려 있다. 그런데 고리 단면은 왜 비행기의 날개모양을 닮았을까?

 

비행기가 날기 위해서는 공기가 비행기를 위로 밀어 올리는 힘이 필요하다. 이 힘의 비밀은 비행기 날개 모양에 있다. 비행기 날개는 윗면이 아랫면보다 불룩하다. 공기가 같은 시간 동안 비행기 날개를 지나간다고 할 때 비행기의 평평한 아랫면 보다 더 먼 거리의 불룩한 윗면을 지나가야 하므로 속도가 빨라지게 된다. 공기의 속도가 빠른 윗면은 기압이 낮아지고 상대적으로 평평한 아랫면의 기압은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공기의 힘은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작용하므로 기압이 높은 아래쪽에서 위로 힘이 작용하게 된다. 이로 인해 비행기는 뜨게 된다. 이를 베르누이 원리 라고 하는데 날개 없는 선풍기의 고리 모양도 이 원리를 이용하고 있다. 비행기 날개 모양을 닮은 빈 고리 내부에서 빠른 공기의 흐름이 생기게 되고 이 공기가 맞물린 작은 틈을 통해 강하게 불어나오며 고리 바깥 주변의 공기가 둥근 고리를 통과하게 되는 일정한 방향의 강한 기류가 생기게 된다.

 

속이 빈 고리 내부와 그 주변에서 바람이 생기는 원리.

 

날개 없는 선풍기의 좋은 점

 

날개 없는 선풍기는 크기가 작고 구조가 매우 간단하다. 고리와 모터가 있는 부분이 분리되기 때문에 간편하게 보관할 수 있고, 먼지가 쌓일 날개가 없기 때문에 위생적이며 청소도 간편하다. 또한 겉으로 드러나는 회전날개가 없기 때문에 아이가 있는 집에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전기에너지를 이용하는 날개 달린 선풍기가 처음으로 사용되었던 1900년 초에는 어린아이들이 손가락을 넣어 다치는 일이 자주 발생했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도 어린아이들이 실수로 선풍기 날개에 손을 넣거나 장난을 하지 않도록 집에서 선풍기망을 씌우고 주의를 주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실수로 아이들이 날개가 없는 선풍기 고리에 손을 넣으면 어떻게 될까? 산꼭대기에서 계곡으로 바람이 불어오듯이 시원한 바람을 맞게 될 뿐 사고의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날개 없는 선풍기의 또 하나의 장점은 바람이 훨씬 부드럽다는 것이다. 날개 있는 선풍기는 바람개비처럼 날개가 돌기 때문에 공기를 비스듬하게 쪼개면서 바람을 만든다. 이 때문에 불규칙한 바람이 불게 되는데, 선풍기 앞에서 소리를 내면 소리가 요동치는 듯한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날개 없는 선풍기는 균일한 바람을 불게 한다.

 

1.제트엔진의 원리

열을 발생시켜 일로 바꾸는 장치인 열기관의 한 종류이다. 열기관 내부로 흡입된 공기와 연료가 섞여 연소하면 고온의 기체가 발생한다. 이 기체가 외부로 분출되면 분출 기체의 반작용으로 추진력을 얻는 장치이다. 보통 항공기에 사용되는 엔진을 말하며 내부에 팬이 있어 공기를 흡입 압축하는 역할을 하거나 추진력을 높이는 기능이 더해지기도 한다.

 

2.베르누이 원리

공기나 물과 같은 유체가 빠른 속력으로 흐르면 압력이 작아지고, 느린 속력으로 흐르면 압력이 커진다. 비행기가 뜰 수 있는 이유,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 옆을 지나면 주변의 공기가 빠른 속력으로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쏠림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 등을 이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날개 없는 선풍기, 비행기에서 배웠다

 

“전기를 사용한 최초의 선풍기는 1882년 발명됐다. 날개를 이용한 그 방식은 127년간 변하지 않았다.”

 

영국의 가전제품 기업, ‘다이슨(Dyson)’ 본사에 가면 이렇게 쓰인 스티커를 볼 수 있다.

127년간 변치 않은 선풍기 방식에 혁신을 가져온 회사다운 문구다. 2009년 이 회사가 만든 ‘날개 없는 선풍기’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으니까. 이 선풍기는 2010년 1월부터 우리나라에도 상륙해 한여름 무더위를 이길 아이템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실 127년간 날개 있는 선풍기만 봐온 사람들에게 다이슨의 선풍기는 낯설다. 날개도 없이 어떻게 바람을 낸단 말인가? 하지만 다이슨의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James Dyson)’은 거꾸로 생각했다.

 

“왜 선풍기는 꼭 날개를 써야 하지?”

 

선풍기는 날개가 돌아가기 때문에 바람이 끊기는 경우도 있고, 날개를 분리해야 해 청소하기도 어렵다. 또 아이들이 돌아가는 선풍기에 손가락을 넣는 경우도 있어 위험하기도 하다. 이런 불편함을 없애겠다는 생각은 오랫동안 이어져 온 선풍기의 틀을 깼다.

 

[그림 1] 날개 없는 선풍기 ‘에어 멀티플라이어(Air Multiplier)’. 사진 출처 : 동아일보

 

이 선풍기는 동그란 고리 모양의 윗부분과 작은 원기둥으로 이뤄진 아랫부분을 가졌다. 정식 명칭은 ‘에어 멀티플라이어(Air Multiplier)’. 말 그대로 바람을 몇 배나 강하게 만든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바람을 강하게 만드는 원리는 비행기에서 빌려왔다. 원기둥 받침대에는 비행기의 제트엔진 원리가, 고리 모양의 원에서는 비행기 날개 모양이 발견된다.

 

비행기에 사용되는 제트엔진은 날개를 돌려 바깥 공기를 안으로 빨아들인다. 이 공기가 연료와 섞여 타면 고온의 기체가 나오는데, 이를 밖으로 배출하면서 비행기가 앞으로 가게 된다. 날개 없는 선풍기의 받침대에도 작은 모터와 날개가 들어 있다. 이들이 돌아가면서 바깥에 있는 공기를 빨아들이는 것. 이 선풍기에 사용된 모터는 1초에 약 20ℓ의 공기를 빨아들일 수 있다.

 

받침대에서 빨아들인 공기는 위쪽의 동그란 고리로 올라간다. 여기로 올라간 공기는 시속 88km 정도로 빠르게 흐르다가 고리 안쪽에 있는 작은 틈으로 빠져나오게 돼 있다. 이때 고리 모양 때문에 더 강한 공기 흐름이 만들어지게 된다. 속이 빈 비행기 날개처럼 생긴 고리의 단면이 바람을 몇 배나 강하게 만드는 비밀인 셈이다.

 

[그림 2] 날개 없는 선풍기의 원리를 나타낸 그림. 위쪽 고리의 단면을 살펴보면 비행기 날개 모양과 비슷한 것을 알 수 있다. 고리의 바깥쪽은 평평하게, 안쪽은 둥그렇게 생겨서 고리 안쪽의 기압이 바깥쪽보다 낮아지게 된다.

 

보통 비행기 날개는 윗면이 볼록하고 아랫면이 평평하게 생겼다. 이 때문에 날개 위아래에서 공기가 다른 속도로 흐르게 된다. 윗면의 공기가 아랫면의 공기보다 빠르게 흐르므로 윗면의 기압이 아랫면보다 작아진다. 그래서 비행기 날개가 위로 떠오르는 힘인 양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날개 없는 선풍기의 고리를 잘라 단면을 보면 고리의 바깥쪽은 평평하고 안쪽은 둥그렇다. 단면만 놓고 본다면 비행기 날개를 뒤집어놓은 모양이다. 비행기 날개에서처럼 공기는 둥근 면에서 더 빠르게 흐르므로 고리 안쪽을 지나는 공기가 바깥쪽보다 빠르다. 고리 안쪽의 틈에서 나온 공기가 빠르게 흘러가면 고리 안쪽의 기압이 바깥쪽보다 낮아진다.

 

공기는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한다. 고리의 바깥쪽보다 안쪽의 기압이 낮아지면 주변 공기가 고리 안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때 고리를 통과하는 공기의 양은 받침대에서 빨아들인 공기의 양보다 15배 정도 많아지게 된다. 이런 원리로 바람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날개 없이도 시원한 바람이 나온다.

 

날개 없는 선풍기가 만드는 바람은 일반 선풍기보다 더 시원하다. 또 일정한 바람의 세기를 만들 수 있다. 날개가 돌아가면서 불규칙한 바람을 만드는 선풍기보다 우수한 점이다. 에어컨을 사용할 때처럼 환경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물론 가격은 30~70만 원까지 나가서 에어컨에 맞먹을 정도로 비싸지만 말이다.

 

사람들이 100년 넘게 가지고 있던 생각의 틀을 깬 제임스 다이슨. 그가 날개 대신 공기역학 법칙을 활용하게 된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얻어낸 결과다. 어쩌면 날개 없는 선풍기의 시작은 다이슨의 대표 상품인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부터일지도 모른다.

 

먼지봉투 때문에 진공청소기의 흡입력이 약해진다는 걸 알게 된 제임스 다이슨은 이를 개선하려 했다. 그는 무려 5,126번의 실패를 거친 뒤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고, 이후에도 연구개발은 계속됐다.

 

그러던 어느 날 다이슨은 엔지니어들이 진공청소기 모터로 손을 말리는 장면을 보게 됐다. 모터에서 나오는 바람이 손을 말리기에 좋았던 것이다. 이는 곧 ‘손 건조기(Air Blade)’ 개발로 이어졌다. 작은 모터를 회전시켜 바람을 일으키고 이것으로 손을 말리는 방식인데, 손 건조기의 가운데 움푹 파인 곳에 손을 넣으면 자그마한 틈새로 시속 640km의 공기가 뿜어져 나온다. 이 바람은 마치 칼날처럼 강력하게 손에 있는 물기를 쓸어가 버린다.

 

손 건조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엔지니어들은 적은 양의 공기를 빨아들여 16~18배 많은 주변 공기를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 원리는 다시 날개 없는 선풍기에 적용돼 선풍기 몸체에 모터를 설치하게 됐다. 모터가 작은 바람을 흘려보내주면 주변의 바람과 합쳐지면서 큰 바람을 일으키게 만든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발명품은 고정관념을 깨는 발상과 수없는 노력에서 나온다. 날개 없는 선풍기에서 바람이 나오는 원리보다 중요한 것은 끝까지 최선을 다한 엔지니어의 자세가 아닐까 한다. 제임스 다이슨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실패를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다. 매번 실패에서 무언가를 배웠고, 그것이 내가 해법을 찾는 방법이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