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주기율표는 인류의 도전사..63개 원소, 150년만에 두배로
출처 : 매일경제 2019. 12. 06. 송경은 기자
멘델레예프 주기율표 1869년 첫 탄생
원소, 우주진화의 결과물로 수소·헬륨 화학반응으로 탄생
화학원소 특성따라 표 만들어 주기율표 초안엔 63개 확인
티타늄·이리듐 등 새원소들 신소재 개발 등 폭넓게 활용
2010년 '테네신' 마지막 발견 넵투늄 등 26개는 인공원소
한국도 중이온가속기 건설 희귀 동위원소 개발 박차
기초과학연구원(IBS)이 2021년 완공 목표로 대전 유성구 신동 지구에 구축 중인 `중이온가속기(RAON·라온)` 조감도. [사진 제공 = IBS]
올해는 러시아 화학자 드미트리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가 탄생한 지 150주년 되는 해다. 1869년 멘델레예프는 당시 알려져 있던 모든 화학 원소를 대상으로 질량(원자량)과 화학적 특성에 따른 일정한 규칙을 찾아 표로 정리했다. 이때 만들어진 원소 주기율표가 오늘날 널리 사용되고 있는 현대 주기율표의 기초가 됐다. 주기율표는 지금까지도 각종 화학 물질의 기본 성질을 이해하는 첫 단추이자 다양한 화학 반응을 설계하고 예측하는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다.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다양한 원소들은 우주 진화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수소(H)와 헬륨(He)은 우주 탄생 직후부터 존재했다. 나머지는 대부분 이 두 원소가 약 140억년에 걸친 우주 진화 과정에서 핵융합과 같은 다양한 화학 반응을 일으키면서 탄생한 것들이다. 원자핵에 포함된 양성자가 2개인 헬륨이 서로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양성자가 4개인 베릴륨(Be)이 되고, 베릴륨과 헬륨이 다시 핵융합 반응을 통해 양성자가 6개인 탄소(C)가 만들어지는 식이다.
멘델레예프 주기율표 초안에는 당시까지 발견된 원소 63개가 포함됐다. 그는 각 원소의 원자량을 기준으로 차례로 나열했고, 비슷한 화학적 성질을 가진 원소들이 한 줄로 나열되도록 정리했다. 이는 현대 주기율표의 원자 번호(원자핵에 포함된 양성자 수)와 주기(행), 족(열)의 토대가 됐다. 원자번호 1번인 수소(H)는 원자핵에 양성자 1개를 갖고 있다. 양성자 수가 많을수록 무겁다. 같은 행에 있는 원소들은 원자를 둘러싼 전자껍질의 수가 같고, 같은 열에 있는 원소들은 최외곽 껍질에 있는 전자 수가 같다. 예컨대 수소로 시작되는 첫 번째 열(1족)에 있는 리튬(Li), 나트륨(Na), 칼륨(K), 루비듐(Rb) 등 원소들은 모두 최외곽 전자 수가 1개다. '알칼리 금속'으로 불리는 이 원소들은 산소와 물에 폭발적으로 반응하는 공통된 특성을 갖고 있다.
멘델레예프는 1869년 주기율표를 발표하면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원소 3개에 대한 예측도 함께 내놨다. 당시 그는 원자량이 각각 45와 68, 70인 미지의 원소가 존재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기율표 발표 2년 뒤인 1871년 멘델레예프는 이 원소들을 '에카붕소' '에카알루미늄' '에카실리콘'으로 가칭하고 각각의 화학적 특성을 상세히 예측했다('에카'는 '하나'를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멘델레예프가 예측한 원소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과학자들에 의해 실제로 발견됐다.
에카붕소는 1879년 지금의 스칸듐(Sc)으로 밝혀졌고 에카알루미늄은 1876년 갈륨(Ga)으로, 에카실리콘은 1886년 게르마늄(Ge)으로 확인됐다.
멘델레예프는 이후에도 여러 원소들의 존재를 예측했고 상당 부분 적중했다. 43번 원소인 테크네튬(Tc)은 멘델레예프가 죽은 뒤인 1937년 발견됐다. 방사성 동위원소인 테크네튬-99는 현재 원자력 의학 분야에서 암세포 전이나 뇌혈관·심혈관 질환, 비뇨기계·소화기계 질환 진단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 밖에 하프늄(Hf), 레늄(Re), 프랑슘(Fr), 프로트악티늄(Pa) 등도 멘델레예프가 존재를 예측한 뒤 발견된 원소들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주기율표에는 원소 총 118개가 정리돼 있다. 대다수는 자연적으로 형성돼 존재하는 원소들이다. 새롭게 발견된 원소들은 다양한 산업과 신소재 개발, 의료 등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이리듐(Ir) 같은 전이금속은 태양전지를 개발하는 핵심 소재로 활용되고 있고, 티타늄(Ti) 등은 각종 화학 반응 촉매제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방사성 동위원소는 붕괴 과정에서 에너지를 방출하는데 질병 진단뿐만 아니라 방사선 암 치료에도 쓰인다.
118개 원소 중 26개는 지난 반세기 동안 인류가 인위적으로 합성해 만든 인공 원소들이다. 1940년 캘리포니아대 버클리대(UC버클리) 과학자 에드윈 맥밀런과 필립 에이블슨은 원자력 발전 등에 사용되는 방사성 동위원소인 '우라늄(U)-238'이 중성자를 흡수한 뒤 우라늄-239가 되고 방사성이 감소하는 베타(β) 붕괴 반응을 통해 새로운 원소가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원소가 바로 93번 넵투늄(Np)이다. 현재 전 세계 원자로에서 넵투늄이 연간 60t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이어 발견된 플루토늄(Pu) 역시 넵투늄이 베타 붕괴를 통해 생성되는 원소다.
별의 중심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을 인공적으로 일으켜 새로운 원소를 발견한 사례도 적지 않다. UC버클리 연구진이 발견한 퀴륨(Cm)과 버클륨(Bk), 페르뮴(Fm) 등이 대표적이다. 러시아 합동원자핵연구소(JINR) 연구진은 아메리슘(Am)과 네온(Ne) 원자핵을 충돌시켜 105번 원소인 더브늄(Db)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마이클 고딘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현대의 우아하고 직관적인 주기율표 시스템 안에는 멘델레예프를 비롯한 여러 과학자들의 도전과 어렵게 얻은 과학적 발견이 숨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1980~1990년대에는 이보다 더 무거운 원소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독일 헬름홀츠 중이온연구소(GSI)는 중이온가속기의 일종인 '중이온싱크로트론(SIS)'으로 107번 보륨(Bh)부터 112번 코페르니슘(Cn)까지 새로운 원소 6개를 발견했다.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리켄)도 2004년 113번 원소인 '니호늄(Nh)'을 찾아냈다. 무거운 입자를 빛의 70% 속도까지 가속시킬 수 있는 중이온가속기 'RIBF'로 가속시킨 아연(Zn) 원자핵을 비스무트(Bi) 원자핵에 충돌시킨 결과물이다. 초당 2.5조개의 아연 원자핵을 80시간 동안 충돌시킨 결과물 니호늄 원자 1개가 나왔다.
현재까지 발견된 원소 중 가장 무거운 원소는 2006년 JINR가 발견한 118번 원소 '오가네손(Og)'이다. 2010년 테네신(Ts)을 마지막으로 새로 발견된 원소는 없지만 여전히 과학자들은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더 무거운 원소도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119번, 120번 등 더 무거운 원소를 발견하기 위해 약 6000만달러를 들여 지난 1월 새로운 중이온가속기 '슈퍼헤비엘리먼트팩토리(SHEF)'를 구축했다.
한국도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원소의 기원을 밝히고 의료, 신물질 연구 등에 유용한 희귀 동위원소를 발견하기 위해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라온(RAON)'을 대전 유성구 신동 지구에 건설 중이다. 2021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라온은 총 길이 500m로 선형 중이온가속기 중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다.
권면 IBS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장(국가핵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라온은 저에너지 동위원소 가속장치(ISOL)와 고에너지 동위원소 가속장치(IF) 등 두 가지 서로 다른 중이온가속기를 결합해 장점을 극대화했다"며 "양성자부터 우라늄까지 다양한 중이온을 빛의 속도 절반 수준까지 가속해 충돌시킬 수 있어 암 치료용 희귀 동위원소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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