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여러 갈래의 흉노족 유입(流入)
삼국사기에는 또 서라벌의 산과 계곡 속에는 기원 전 2세기 고조선(古朝鮮)이 망한 뒤 그 유민들이 들어와 여섯 마을을 형성하여 살고 있다는 기록이 있다. 삼국사기 박혁거세 조(條)에는 또 진한(辰韓) 토착민들과 섞여 살던 진인(秦人)의 수가 더 많아졌다고 적혀 있다.
한무제가 위만조선을 공격하여 그 땅에 한사군을 설치한 것은 흉노권 공략의 일환으로서 흉노계인 고조선을 친 것이라고 한다. 위만조선이 망한 것은 서기 전 2세기. 서기 1세기에 한사군의 하나인 낙랑이 고구려 대무신왕에게 망하자 낙랑 사람 5,000명이 신라로 투항해 와서 6부(部)에 나누어 살게 되었다고 한다. 이 낙랑사람들도 한족이 아니라 낙랑의 귀족인 흉노계일 가능성이 높다.
중국 진나라 사람 진수(陳壽)가 쓴 삼국지의 「위지(魏志)」 동이전(東夷傳)과 삼국사기를 종합하면 2세기 신라 땅에는 대강 네 종류의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1. 선사시대부터 농경을 하며 살고 있던 사람들. 이들은 지석묘(고인돌)에 묻혔다. 남방계가 많았을 것이다.
2. 서기 전 3세기 진나라에서 노역을 피해 들어온 사람들.
3. 서기 전 2세기 고조선이 한무제에 의하여 망하자 이동해 온 유민(遺民)들. 흉노계일 가능성이 높다.
4. 서기 1세기 낙랑에서 투항해 온 5,000명. 이들도 고조선이 망한 뒤 낙랑에 남아 한족 지배하에서 살던 흉노계일 가능성이 높다.
동이전의 기사를 분석하면 중국 서북쪽(진)에 살던 흉노족이 여러 차례의 흐름을 타고 고조선·낙랑지역인 평양 부근을 징검다리로 삼아 경주 지역으로 들어왔음을 짐작케 한다.
뒤에 자세히 설명하지만 문무왕이 스스로 자신의 비문에서 『나는 김일제(金日)의 후손이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 김일제가 바로 진나라 땅에 살던 흉노왕의 아들이었다. 문무왕의 발언과 동이전의 기록, 그리고 고분 발굴 결과는 같은 맥락으로 귀결되는 것 같다.
120년간의 흉노계 마립간(麻立干) 시대
한양대 김병모(金秉模) 교수는 남방계통인 농경민족을 북방흉노계 민족이 올라타는 식으로 신라종족이 구성되기 시작했는데 북방계가 권력을 잡아 지배층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4~6세기 신라왕이 마립간으로 불리던 시절의 김씨 왕족들은 중국문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북방 초원문화, 즉 로마-스키타이-알타이로 연결되는 서방문화를 온존(溫存)해가면서 독특한 묘제(적석목곽분)와 금관·금팔찌·금귀고리·금허리띠들을 남겨 고고학자들을 놀라게도 하고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3세기에 쓰인 진수(陳壽)의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는 한(韓)(백제, 신라, 가야의 전신인 마한, 진한, 변한의 통칭) 사람들은 구슬을 좋아하고 비단이나 금을 보배로 여기지 않는다고 쓰고 있다.
그렇다면 금관을 쓰고 서방과 교류하면서 페르시아와 로마에서 만든 유리잔을 수입하고 기마부대를 지휘하였던 이 집단은 3세기 이후에 경주지역에 들어온 새로운 흉노족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김교수 등 많은 학자들의 견해이다.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초원의 동쪽 끝으로서 초원세계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아왔다.
흉노, 선비, 거란, 여진, 몽골 등 북방에서 일어난 유목기마민족들이 팽창할 때는 거의 반드시 한반도에 진입·침입·정복의 과정을 밟았다. 고구려·백제·신라가 정립하기 이전의 고대에는 이런 북방민족의 진입이 여러 루트로 진행되었을 것이다.
그런 여러 흐름의 민족이동을 보면 하나의 분명한 차별성이 눈에 띈다.
김병모 한양대 인류학과 교수는 아주 명쾌하게 그 문제를 정리한다.
『삼국이 다 북방계의 지배를 받는데, 그 계통은 고구려·백제가 부여계, 신라는 흉노계입니다. 부여계는 만주 동쪽에 살았고 인종적으로는 퉁구스계이며 순수 유목민이 아니고 수렵과 농업도 함께 했습니다. 흉노계는 알타이 산맥 부근이 본거지이고 순수 유목민이며 서방과 접촉이 많고 그쪽 문화를 많이 수입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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