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에너지 생성 과정을 그대로 지상에서 일으킨다.
미래 에너지로 주목 받는 핵융합에너지
삼중수소의 환골탈태(換骨奪胎)
삼중수소는 자연계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보통 수소보다 무거운 수소를 말한다. T나 3H로 표기한다. 보통 수소원자는 양성자와 전자 하나씩으로 구성돼 있는데, 삼중수소원자는 여기에 중성자가 2개 더 붙어있다. 전자의 무게는 무시할 만큼 작으므로 이름처럼 ‘3배
무거운 수소’이다.
무거울 뿐 아니라 삼중수소는 보통 수소에는 없는 방사능을 가지고 있다. 삼중수소는 보통 헬륨(양성자 2개+중성자 2개)보다 중성자가 하나 적은 헬륨3(양성자 2개+중성자 1개)으로 바뀌면서 18.6keV의 에너지를 낸다. 에너지가 크지 않기 때문에 종이나 물을 뚫지 못하고 사람의 피부도 통과할 수 없다. 다른 방사능 물질에 비해 삼중수소는 비교적 안전하다는 얘기다.
산업계에서 맹활약하는 삼중수소
삼중수소가 만들어지는 곳은 중수로형 원전. 삼중수소는 이곳에서 나오는 방사성폐기물의 일종이었다. 다른 방사성폐기물은 조심스레 처리돼 땅속 깊숙이 묻히지만 삼중수소는 귀하신 몸이다. 여러 산업 분야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삼중수소는 스스로 빛을 내는 자발광체의 핵심 연료로 쓰인다. 삼중수소가 방출하는 베타선은 형광물질을 자극해 빛이 나게 한다. 마치 형광등이 전기로 자외선을 만들고, 자외선이 형광물질을 자극해 빛을 내는 원리와 비슷하다. 하지만 수명이 13년 정도로 형광등보다 5~6배는 더 길다.
또 전기 없이 작동하기 때문에 갑자기 정전이 되면 큰 사고의 위험이 있는 공항에서 활주로 유도등으로 쓴다. 공항에서 쓰는 검색대에도 삼중수소가 쓰인다. 최근 공항에서는 샴푸, 치약, 음료수 등의 액체 물질을 갖고 비행기에 탑승할 수 없다. 테러리스트들이 액체폭탄을 이들로 둔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고체폭탄은 공항의 폭탄탐지기가 한번 스캐닝하면 대부분 잡아낼 수 있지만 액체폭탄은 폭탄감지기가 없다. 때문에 액체 물질은 일일이 가방을 검사해 비행기 반입 자체를 막는다.
하지만 중성자 검색대를 이용하면 이런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 중성자 검색대는 물체의 형태만 검사하는 X선 검색대와 달리 물체의 성분까지 분석할 수 있다. 중성자를 수 초 동안 쏘아 그 반응에 따라 화학적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만약 물체의 화학적 특성이 나이트로글리세린, 메틸 나이트레이트같이 폭탄과 유사한 물질이라면 경고음을 울린다. 중성자 검색대에서 중성자를 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삼중수소다. 아직 오발견율이 높고, 검색 대상자의 신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기 때문에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지만 곧 이런 문제들이 보완된 제품이 출시될 것이다.
미래의 에너지, 핵융합로
앞으로 삼중수소가 활약할 가장 중요한 곳은 바로 핵융합로다. 핵융합은 태양이 에너지를 만드는 원리로 과학자들이 내놓은 미래 에너지의 최종 목표라고 할 수 있다.
핵융합로에서 사용하는 원료는 중수소(중성자 1개+양성자 1개)와 삼중수소. 이 둘을 초고온으로 가열하면 서로 충돌해 헬륨(중성자 2개+양성자 2개) 하나와 중성자 하나를 만들어 낸다. 이 때 질량이 줄어드는데, 이 질량이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공식 E=mc2에 의해 엄청난 양의 에너지로 바뀐다.
태양에서의 핵융합
태양에서 에너지가 발생되는 원리가 바로 핵융합이다. 태양은 1초당 약 3.9×1026 J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이는 1메가톤급 핵폭탄 약 천억 개의 폭발력에 해당하는 엄청난 에너지이다.
태양에서는 수소의 원자핵인 양성자가 융합하여 헬륨 원자핵을 생성하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데, 이 과정에서 반응물과 생성물의 질량 차이인 질량결손이 질량-에너지 등가원리에 의해 에너지로 방출되는 것이다(좀 더 자세한 과정은 오늘의 과학 ‘별의 핵융합편’을 참조하라.) 태양의 중심부는 약 1600 만도, 30억 기압의 고온, 고압의 플라즈마 상태로 되어 있어 태양에서의 핵융합 반응은 태양 중심부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구상에서 핵융합
그러면 지구상에서 핵융합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조건들과 장치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핵융합 반응은 수소의 원자핵와 같은 가벼운 원자핵이 무거운 원자핵으로 융합하는 반응이다. 두 개의 원자핵이 융합하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양전하를 띤 원자핵간의 전기적 반발력(쿨롱의 힘)을 극복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원자핵이 가진 에너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높은 온도로 가열해주어야 한다. 태양에서는 약 1600만도에서 핵융합이 일어나지만, 이는 약 30억 기압이라는 압력이 있기 때문이고, 지상에서 핵융합을 일으키려면 약 1억 도 이상의 온도가 필요하다. 따라서 지구상에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려면 이러한 조건을 만들어주는 장치가 필요하다.
지구상에서 구현할 가장 유력한 핵융합 과정은 중수소(Deutrium)와 삼중수소(Tritium)의 핵융합 반응으로 보고 있다. 중수소와 삼중수소는 수소의 동위원소인데, 중수소는 양성자와 중성자, 삼중수소는 양성자와 중성자 2개로 구성된다.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반응하면 아래와 같이 헬륨과 중성자가 나온다.
이 반응을 DT핵융합 반응이라고 하는데, 여러 가지 핵융합 반응 중 반응 조건이나 반응 후 생성 에너지 측면에서 가장 유리하다. 반응식에서 볼 수 있듯이 DT 핵융합 반응에 의해 생성되는 에너지의 20%는 헬륨원자핵(4He)의 에너지로 80%는 중성자(n)의 에너지로 방출된다. 그러니, 핵융합 발전의 기본 원리는 핵융합 반응에 의해 생성되는 열에너지 및 중성자가 전달하는 핵융합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핵융합의 연료는 중수소와 삼중수소
핵융합을 하려면 연료인 수소가 필요하다. 핵융합 중 가장 실용화에 유력하게 여겨지는 DT 핵융합 반응을 이용하려면,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필요하다. 중수소는 물을 구성하는 수소 중 약 1/6700의 비율로 존재한다. 지구에는 충분한 물이 존재하므로 중수소의 확보에는 거의 제한이 없다. 반면 삼중수소는 지구상에 자연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구상에서 매우 풍부한 리튬(Li)으로부터 생산할 수 있다. 리튬에 중성자를 충돌시키면 아래와 같이 삼중수소와 헬륨이 생성된다.
이때 필요한 중성자는 DT핵융합 반응에서 나온 중성자를 다시 이용할 수 있다. 즉, DT핵융합이 일어나는 곳 주위에 리튬이나 리튬화합물을 가져다 놓으면 삼중수소가 생성된다는 것이다.
핵융합의 전망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에너지 전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각 국가들은 안정적인 석유와 천연가스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화석연료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7%에 이르는 우리나라는 석유소비 세계 7위, 석유 정제능력 세계 5위, 전력소비 세계 12위의 세계 10대 에너지 소비국이다. 화석연료의 가격은 해가 갈수록 급등하고 있어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근본적으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되는 핵융합에너지가 주목 받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 첫 플라즈마 발생 성공 후 본격 가동에 들어간 KSTAR 장치를 통해서 장시간 플라즈마 발생 및 제어, 운전기술을 확보하는 중이며, 2020년대에 본격 가동할 예정인 ITER 장치를 통해서는 DT 핵융합 기술에 대한 공학적 검증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후 2030년대에 핵융합 반응을 통해 1000 MW 급 전기를 생산하는 DEMO(실증플랜트)의 건설이 계획되고 있다. 대략 앞으로 30~40년 후면 인류가 꿈꾸던 무한에너지의 시대를 맞이하지 않을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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