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선인가 고물선인가… 돈스코이호 미스터리
출처 : 조선일보 2018. 07. 20. 권선미 기자 군함·금괴 실체 놓고 의문 증폭 지난 17일 '신일그룹'이라는 회사가 울릉도 앞바다 1.3㎞ 지점, 수심 434m에서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號)'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 홈페이지 제목은 '신일그룹 돈스코이호―150조 울릉도 보물선'이다. 1905년 러일전쟁 도중 선원들이 울릉도 앞바다에 수장한 이 배에 150조원의 금괴가 실려 있다는 설(說)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본지와 인터뷰한 전 신일그룹 관계자, 과거 탐사 참여자, 러시아 전문가들은 "150조원 금괴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했다. 인양을 추진하는 류모(42) 회장이 과거 사기 전력이 있어 가명(假名)을 쓰며 현재 동남아시아에 머물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돈스코이호는 2000년 당시 파산 상태였던 동아건설이 인양을 추진하면서 처음 주목받았다. 당시에도 언론을 통해 '100조원대 금괴'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2000년부터 돈스코이호 인양을 추진했던 동아건설 출신 홍건표씨는 본지 인터뷰에서 "신일 측이 있는지 확인되지 않은 금괴가 150조원어치나 있다고 일반인을 호도하고, 코인(가상 화폐)을 팔아 투자금을 모으는 게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고 했다. 홍씨는 2015년부터 현재 신일그룹 인사들과 함께 돈스코이호 인양을 추진했었다고 한다. 신일·해양과기원이 각각 찍은 돈스코이호 - 신일그룹은 지난 15일 울릉도 인근 해저에서 발견한 선체(왼쪽)가 1905년 러일전쟁에서 150조원어치 금괴를 싣고 침몰한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돈스코이호는 2003년 이미 발견됐고, 신일그룹이 주장하는 금괴는 실리지 않았다”고 반박하며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촬영한 돈스코이호의 함포 사진(오른쪽). /신일그룹·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러 관계사를 연구해 온 박종효 전 모스크바대 교수는 "돈스코이호에 대한 역사 기록 어디에도 황금을 실었다는 이야기가 없다"고 했다. 오역(誤譯) 가능성도 제기했다. 당시 돈스코이호가 수평을 맞추기 위해 배 밑에 3㎏짜리 벽돌 수백장을 쌓았고 벽돌에 러시아어로 '푸·르·즈'를 새겼는데, 일부 일본 학자가 이를 '폰드 루스코보 졸로타'(러시아 금괴)로 잘못 해석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해당 문구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선박용 무게 추를 생산하던 '프랑스·러시아 합작회사'를 줄여 쓴 말일 것"이라고 했다. 박희성 두원공대 군사학과 교수는 "당시 러시아 해군이 돈스코이호를 울릉도 인근에서 일부러 침몰시켰는데, 황금이 들어 있었다면 선원들이 배에서 가지고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돈스코이호 인양을 추진 중인 신일그룹에 대해도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회사는 홈페이지에 1979년 설립된 신일건업을 모태로 한 회사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핵심 계열사인 '신일 돈스코이호 거래소'와 '㈜신일그룹'은 각각 올 4월과 6월 설립됐다.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주장하기 7개월 전인 올 초부터 '신일골드코인'이라는 가상 화폐에 투자하면 배 인양 후 수익을 나누겠다고 광고했다. 지난 17일 돈스코이호 발견 보도가 나간 후 이틀간 100억원이 모집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신일그룹 관계자는 "신일골드코인은 '싱가포르 신일그룹(회장 유지범)'이 운영하는 것이라 우리와 전혀 상관없다"고 했다. 신일골드코인의 경우 한국에서는 투자 모집도 안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19일 오후 서울 강서구에 있는 '신일 돈스코이호 거래소'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50대 여성 2명이 상담을 받고 있었다. 이들은 "우리는 (돈스코이호가) 알려지기 전부터 투자를 시작했다"며 "사기라고 하는 방송도 있는데, 그 말 믿으면 돈 못 번다"고 했다. 기자가 "코인을 살 수 있느냐"고 하자 직원은 경계하며 직업과 소개한 사람을 묻고는 "(금괴를) 믿는 쪽이냐, 안 믿는 쪽이냐. 공부를 더 하고 오라"고 했다. 신일그룹은 이날 오후 홈페이지에서 코인 관련 내용을 삭제했다. 신일그룹 출신인 홍건표씨는 "싱가포르에 있다는 유지범의 본명은 류모(42)씨이고, 한국 신일그룹 대표 류모(여·48)씨와 친남매 관계로 안다"고 했다. 홍씨는 "2015년 (남동생) 류씨가 건설 쪽 전문경영인으로 모시겠다고 해 류씨와 알게 됐다"며 "류씨가 문재인 대통령과 경희대 동문이라고 자처하며 코인 투자자를 모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신일그룹 관계자는 "모든 사람이 궁금해하는 건 돈스코이호 인양 사업인데, 왜 우리 회사 내부에 관심 갖느냐"며 "(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돈스코이호 발견 과정도 논란이다. 동아건설과 한국해양연구원(현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2003년 6월 "울릉도 저동 앞바다에서 돈스코이호로 추정되는 침몰선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신일그룹이 찾았다는 배와 비슷한 위치다. 동아건설은 19일 "최초 발견자로서 우리에게 부분 소유권이 있다"라고 했다. 두 배가 같은 배라는 뜻이다. 신일그룹에서 돈스코이호 인양을 총괄하는 진교중 전 해군 해난구조대장(예비역 대령)은 "(2003년 찾은 배는) 우리가 발견한 배와 별개의 배"라고 했다. 하지만 동아건설과 함께 돈스코이호 추정 배를 찾았던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설명은 다르다. 진 전 대장은 지난해 이 연구원에서 해저 인양 자문을 했고, 작년 8월 연구소 탐사팀이 진 대장에게 돈스코이호 추정 선박 좌표, 설계도 등을 넘겨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진 전 대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이번 탐사는 온전히 나의 기술과 정보로만 이뤄진 결과"라고 했다. ☞돈스코이호 러시아 해군 철갑 순양함으로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울릉도 근해에서 침몰했다. 석탄·탄약이 떨어지자 승무원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울릉도 육지 가까이 이동시킨 후 선원들이 자침(自沈)시켰다. 전비(戰費)로 쓰일 금괴가 실려 있다는 주장도 있으나 ‘사령관 식탁에 올릴 커피가 없고, 담배·성냥·비누 재고도 없다’며 물자 부족을 겪었다는 기록도 있다.
113년 전 울릉 앞바다서 침몰한 러시아배 돈스코이호 발견
신일그룹 "수심 434m 지점서 확인…금화 등은 미확인"
출처 : 연합뉴스 2018. 07. 17.
돈스코이호[신일그룹 제공=연합뉴스]
돈스코이호[신일그룹 제공=연합뉴스]
(울릉=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경북 울릉 앞바다에 침몰한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가 113년 만에 발견됐다.
그동안 돈스코이호에 수백조원 가치의 금화와 금괴가 실려 있다는 소문이 나돌아 선체 발견으로 향후 보물 존재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신일그룹은 지난 15일 오전 9시 50분께 울릉군 울릉읍 저동리에서 1.3㎞ 떨어진 수심 434m 지점에서 돈스코이호 선체를 발견했다고 17일 밝혔다.
돈스코이호 탐사를 준비해 온 신일그룹 탐사팀은 지난 14일 침몰 추정해역에 유인잠수정 2대를 투입해 돈스코이호로 추정되는 선박을 발견했다.
이어 고해상도 영상카메라로 장착된 포와 선체를 돈스코이호 설계도와 비교해 100% 동일한 것을 확인했다.
15일과 16일에 이어진 재탐사를 통해 15일 오전 9시 48분 함미에서 'DONSKOII'(돈스코이)라고 선명하게 적혀있는 함명을 발견하고 촬영했다.
명확한 선명뿐 아니라 203mm 대포와 152mm 장거리포, 다수 기관총, 앵커, 연돌 2개, 마스트 3개, 나무로 만든 데크와 철갑으로 만든 좌우현 선측 등이 계속 확인됐다.
돈스코이호는 뱃머리가 430m 지점에 걸려있고 뒷부분이 380m 수심에서 수면을 향해 있다.
포격을 당해 선체가 심하게 훼손돼 함미 부분은 거의 깨져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선체의 상갑판은 나무로 되어 있어 거의 훼손 되지 않았고 선체 측면의 철갑 또한 잘 보존돼 있다고 신일그룹 측은 밝혔다.
러시아 발틱함대 소속의 1급 철갑순양함 드미트리 돈스코이(Dmitri Donskoii)호는 1905년 러일전쟁에 참전했다가 일본군 공격을 받고 울릉도 인근에서 침몰했다.
이 배에는 현재 가치로 약 150조원의 금화와 금괴 약 5천500상자(200여t)이 실려 있다는 소문이 오래전부터 돌았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배에 금화와 금괴가 실려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신일그룹 관계자는 "이번 발견으로 돈스코이호 존재와 침몰위치에 대한 논란은 종지부를 찍었다"며 "탐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소유권 등기와 본체인양을 위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돈스코이호[신일그룹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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