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에서 교전이 발생했다. 다행히 사상자는 없나보다. 북측에서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소문'이 있는데, 만약 사상자가 발생했다면 어찌됐던 그또한 안타까운 일이다.
어제와 같은 교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누구나 인정하듯 NLL은 한반도 최대의 화약고다!!
하지만, 지난 정부 때까지 이 한반도의 화약고를 안정시키고자하는 노력이 있었다. NLL 주변에 남북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여, 평화적으로 남과 북이 함께 관리하고 사용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논의는 너무 늦게 이뤄졌고(노무현 대통령의 임기말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정권이 바뀐 뒤 남북 사이에 NLL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급기야 다시 한 번 불상사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오늘 신문들, 특히 조중동에서는 아주 난리가 났다. 서해에서 교전이 발생해 북한 함정이 우리 해군의 공격에 만신창이가 되어 퇴각한 게 그렇게 기쁜가보다. 99년과 달리 우리 해군이 달라진 교전수칙을 철저히 지켰다고 치켜세우고, 앞으로도 이렇게 단호히 대처하라고 한다. 서해에서 어제와 같은 충돌, 어쩌면 전면전으로 비화될 도화선이 될지도 모르는 충돌을 어떻게든 평화적으로 막아보려는 요구도 대안도 없다. 무조건 '단호한 대응'만이 최고다.
그런 와중에 중앙일보에는 아래와 같은 기사가 등장했다.
2009년 11월 11일 중앙일보 기사
NLL에 대해 <6·25 직후 유엔군이 설정한 해상 경계선>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그 자체로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그 아래 붙은 제목, 즉 <북, 2000년대 들어 끊임없이 무력화 시도>라는 문장과 함께 놓이게 되면,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난감해진다. 그렇다. NLL은 유엔군이 설정한 '해상경계선'이다. 즉 북한이 이에 동의해 설정된 경계선이 아니라는 거다. 자신들이 동의하지 않은 경계선을 두고 '무력화'를 시도한다? 그럼 그건 정당한건가, 정당하지 않은건가?
유엔군이 혼자 설정한 NLL을 두고 북은 앞으로도 인정하지 않고 무력화를 시도할 것이다. 그것이 정당하든 않든 북으로서는 당연히 그럴 것이다. 남북 사이에 어떤 합의를 이뤄내지 않으면 말이다. 앞으로 있을 불상사를 막으려면 '단호한 대응'이 최우선이 아니라, NLL을 어떻게 평화적으로 관리할 것인가를 논의하고 합의해야 한다. 물론 그러자면 NLL에 대해 북한이 자신들 혼자 설정한 경계선을 고집해서도 안되겠지만, 남측 또한 지금은 NLL을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것으로 고집해서는 논의가 이뤄지기 힘들 것이다.
그렇기에, 이전 정부에서 이뤄졌던 논의와 NLL에 대해서 좀 더 상세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2007년 10월 11일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노무현 대통령은 "휴전선은 쌍방이 합의한 선인 반면 NLL은 쌍방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라며 "이것을 오늘에 와서 '영토선'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NLL 문제는 "'남북 기본합의서'에 근거하여 대응해 나간다는 것이 우리 기본 방침"이라고 밝혔다. NLL이 영토경계선이라며 NLL에 대한 논의 자체를 불온시한 보수신문들과 보수세력들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었다. 노 대통령이 이같이 말한 이유가 무엇인지 역사적으로 한 번 따져보자.
NLL을 따져보기 위해서는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사령관 및 중공인민지원군 사령원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하 정전협정)을 검토해야 한다.
정전협정을 토대로 한 NLL 검토
정전협정 제1조(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 1항과 2항에 의하면 육상 군사분계선은 “한 개의 군사분계선을 확정하고 쌍방이 이 선으로부터 각기 2킬로미터식 후퇴함으로써 적대군대 간에 한 개의 비무장지대를 인정한다”며 위치를 지도상에서 명확히 규정했다. 이것이 바로 MDL(Military Demarcation Line, 육상군사분계선 즉 휴전선)이다.
하지만 해상 군사분계선은 그렇지 못했다. 정전협정 제2조(정화 및 정전의 구체적 조치) 13항에 의하면 ‘황해도와 경기도의 도계선 북쪽과 서쪽에 있는 모든 섬 중에서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및 우도 등 국제연합군총사령관의 군사통제하에 남겨두는 도서군들을 제외한 기타 모든 섬들은 조선인민군최고사령관과 중국인민지원군사령관과 중국인민지원군사령원의 군사통제하에 둔다’고 되어 있고, “한국 서해안에 있어서 상기 경계선 이남에 있는 모든 섬들은 국제연합군총사령관의 군사통제하에 남겨둔다”고 되어 있다. 즉, 황해도와 경기도의 도계선 북쪽과 서쪽에 있는 모든 섬 가운데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 5개 섬은 연합군총사령관 통제에 두되, 나머지 모든 섬은 북한의 통제에 두고, 도계선 이남의 섬은 연합군총사령관의 통제로 둔다는 것이다. 정전협정에서는 이 규정을 지도에서도 분명히 표시했다.(참조 [그림1])
[그림1] 황해도와 경기도 도계선과 서해 5도와 관련해 정전협정에 ‘제3도’로 첨부된 지도
[그림1]에서 ‘A-B’로 표시된 선 이외에는 한반도 서해와 관련해 어떤 선도 정전협정에서 규정되거나 표시된 적이 없다. 그저 정전협정 제1조 5항에서 “한강하구의 수역으로서 그 한쪽 강안이 일방의 통제하에 있고 그 다른 한쪽 강안이 다른 일방의 통제하에 있는 곳은 쌍방의 민간선박의 항행에 이를 개방한다”며 ‘A-B’선을 사이에 둔 남북에 걸친 한강하구수역의 관리와 통제권만 확인했을 뿐이다. 그리고 이 ‘A-B’선은 예성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강화도 부근에서부터 출발해 30km 정도 서쪽에 있는 우도 근방까지만 그어져 있을 뿐 백령도까지 아우르는 선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정전협정에서는 “본 정전협정에 대한 수정과 증보는 반드시 적대 쌍방사령관들의 상호합의를 거쳐야 한다”며 “본 정전협정의 각 조항은 쌍방이 공동으로 접수하는 수정 및 증보 또는 쌍방의 정치적 수준에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적당한 협정 중의 규정에 의하여 명확히 교체될 때까지는 계속 효력을 가진다”고 못박아두고 있다. 즉, ‘쌍방’(북․중국과 유엔군)의 ‘상호합의’에 의한 것이 아니고서는 수정이 이뤄질 수 없으며, 평화협정 수준의 규정에서 명확히 교체될 때까지 효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정전협정에서는 13항과 관련해 ‘주’까지 달아 지도에 표시된 선과 구역들을 더욱 분명히 했다. [그림1]에서 백령도 등의 외부에 표시된 사각형의 그림에 대해 정전협정은 “각도서군들을 둘러싼 장방형의 구획의 목적은 다만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의 군사통제하에 남겨두는 각도서군들을 표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장방형의 구획은 아무런 다른 의의가 없으며 또한 이에 다른 의의를 첨부하지도 못 한다”고 되어 있다. 즉 섬을 둘러싼 선들이 어떤 ‘구역’이나 ‘영역’, ‘통제범위’를 표시하는 게 아니라 그저 서해5도 그 자체를 표시하기 위한 선일뿐이라는 것이다. 서해5도 외에는 ‘A-B’선(황해도-경기도 도계선) 서북부의 그 어떤 수역이나 영역도 쌍방이 합의하여 규정한 것은 없다. 정전협정 당시 북은 ‘A-B’선을 서쪽으로 연장해서 ‘서해해상경계선’을 긋자고 주장한 반면 연합군 측은 서해5도를 포함하는 경계선을 주장해 쌍방이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클라크 라인(Clack Line)’에 대해
그렇다면 논란이 되고 있는 NLL은 도대체 무슨 선인가.
이미 알려졌듯 NLL은 이른바 ‘클라크 라인’이다. ‘클라크 라인’에 대해서는 몇 가지 주장이 있다. 먼저 1953년 8월 30일 당시 유엔군총사령관인 마크 클라크(Mark Wayne Clark)가 서해상에서 남북한의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 설정한 선이라는 주장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 등에서 당시 클라크가 이 선을 설정한 뒤 북측에도 통보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북에 ‘통보’된 증거나 정황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을뿐더러 단지 유엔군 내부적 ‘교전규칙’의 일환으로 설정해 북측에 아무런 통보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더욱 근거를 가지고 있다. 정전협정 당시 정전을 반대했던 남한 이승만 정부가 정전협정을 무력화하기 위해 북에 대한 무력 사용을 할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유엔군총사령관이 일방적으로 설정하고 유엔군 이하 남한 해군에 지침으로 내린 선이라는 것이다. 즉 남측이 클라크 라인을 넘어 북쪽으로 침범하지 못하도록 한 것 일뿐 북측이 남쪽으로 침범하는 것에 대해서는 애초 만들어질 때부터 아무런 쌍방의 합의와 통보가 없었다.
이에 대해서는 유엔사측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2003년 3월 9일 방송된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편에서 유엔사 고위장교는 NLL과 관련된 비공개 인터뷰를 통해 “NLL을 설정한 것은 유엔군사령부 아닌가?”라는 질문에 “그건 우리측 배가 넘어가지 말라고 한 것이다. 이제는 남과 북이 풀어야 한다”고 대답했고, “북한 선박이 NLL을 넘어오면 정전협정 위반인가?”라는 질문에도 “NLL은 휴전선이 아니다. 적대행위를 할 경우에만 정전협정 위반이다”고 대답했다.
또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1993년 국방부가 발간한 ‘군사정전위원회 편람 제2집’에서 “NLL은 유엔군 사령관이 일방적으로 지정한 선으로 해상 군사분계선이 아니다”고 적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으며, 1989년 메네트리 당시 유엔군사령관이 이상훈 국방부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북한 선박들이 단순히 북방한계선을 월선한 데 대해 유엔군 사령부는 항의할 권한이 없다”고 말한 사실도 밝혀냈다.
원래 클라크 라인 자체는 정전협상 도중인 1952년 9월 27일에 만들어졌다. 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는 1999년 <“북방한계선”은 합법적 군사분계선인가?>라는 논문에서 클라크가 정전협상에서 북측을 압박하기 위한 ‘대북 해안봉쇄’ 차원에서 이 선을 설치하고, 유엔총회에서 통과시키려 했지만 채택되지 않았다며 이 같은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리 교수는 또 ‘해안봉쇄’용이었던 클라크 라인은 정전협정이 체결됨에 따라 “본 정전협정은 적대중의 일체 해상군사력에 적용되며 이러한 해상군사력은 비무장지대와 상대방의 군사통제하에 있는 한국(조선) 육지의 인접한 해면을 존중하여 한국(조선)에 대하여 어떠한 종류의 봉쇄도 하지 못한다”는 정전협정 15항 규정에 의거, 협정체결 한 달 뒤인 1953년 8월 27일 클라크가 스스로 철폐를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클라크가 스스로 없앤 선이 NLL로 대체된 것에 대해서는 리 교수 역시, 이승만 정부가 정전협정을 파기할 목적으로 일방적인 대북 군사행동을 감행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이는 NLL이 1953년이 아니라 1958년에 설정됐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앞서 언급한 <이제는 말할 수 있다>에서 전 유엔사 특별고문이었던 이문항 씨는 유엔사와 남측이 57년부터 시작된 남측 어부들의 납북을 막기 위해 어로저지선을 설치하고, 북한 해군과의 충돌을 막기 위해 NLL을 설정했다고 주장했다. 이문항 씨는 58년 이전에는 ‘그 어느 문서에서도 NLL을 본 적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러 주장들을 종합해보건대, NLL은 정전협정과는 무관하게 유엔사 내지 남측에서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북은 NLL을 인정한 적이 있나?
NLL을 ‘영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북측이 73년 전까지 혹은 1992년 남북합의서 채택 전까지, NLL에 대해 문제 삼지 않고 사실상 ‘해상분계선’으로 인정해놓고 이제와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NLL이 어떻게 그어졌던 남측이 NLL 이남 바다를 ‘실효적’으로 지배해왔기 때문에 ‘영해나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 역시 수많은 근거에 의해 반박되고 있다. 50년대 중후반 북에서 해군이 창설된 이후 연평도 등 NLL 부근 해상에서는 남한 어부들이 북측에 의해 납북되는 일이 잦았다. 북측이 NLL을 인정하지 않고 계속 넘어왔다는 것이다. 이후 73년에는 북한 함정이 십여차례 NLL을 집중적으로 넘어온 적이 있었고, 그 이후부터 2002년 2차 서해교전과 그 이후까지 북측은 거의 매년 NLL을 넘어오거나 ‘남의 집 마당에 일방적으로 그은 비법선’이라고 문제제기해왔다. 특히 73년 12월에 있은 군사정전위원회에서 북측은 “서해 5도는 유엔사 관할이나 섬 주변의 물은 한 방울도 손 못 댄다”며 NLL에 강한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아울러 50~60년대 어민들의 납북 등과 관련한 신문기사를 보면 ‘NLL’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고 ‘어로한계선’ 등의 명칭이 등장한다. 연평도 등에서 수십년 어업을 해온 어민들도 NLL이란 용어 자체를 1차 서해교전(1999년) 당시 처음 들었다는 증언을 내놓기도 한다. 즉 남측 역시 NLL 설정 이후 수십년 동안 NLL을 국경선이나 해상군사분계선 등으로 인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NLL 이남 해역을 두고 ‘북한이 이의제기를 하지 않고 우리가 실효적 지배를 해왔기 때문에 우리 영해’라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
남북기본합의서와 NLL
조중동 등과 보수집단들은 1991년 12월 31일 남북 사이에 체결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이하 남북기본합의서)의 11조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7월 27일자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는 규정을 두고 ‘북이 NLL을 인정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앞서 소개한 중앙일보의 오늘 기사 또한 "북한은 92년 남한과 남북기본합의서를 체결하면서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정전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고 동의했다"며 북한이 남북기본합의서에서 NLL을 인정했다고 주장한다.
남측이 NLL을 지켜 온 것이야 사실일 수 있지만, ‘쌍방’이 관할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북은 이제껏 NLL을 인정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북기본합의서 11조에 규정된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이란 정전협정 당시 그어졌던 육상분계선과 앞의 지도에서 봤던 한강하구의 ‘A-B’선을 사이에 둔 남북 지역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남북기본합의서 관련 ‘남북불가침 부속합의서’는 제10조에서 “남과 북의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불가침구역은 해상불가침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온 구역으로 한다”고 합의했던 것이다. 이는 정전협정에서 차후 협의 과제로 남겨뒀던 해상경계선을 92년 이전까지도 남북이 ‘협의’해왔고, 앞으로도 ‘협의’할 대상이라는 점을 밝혀둔 것이다.
기타 몇가지
이밖에 보수세력들은 북이 1959년 스스로 만든 ‘조선중앙년감’의 지도에서 NLL을 ‘군사분계선’으로 표시했다며 ‘북이 NLL을 인정한 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중앙일보는 8월 28일 김규 재향군인회 안보국장의 기고 <NLL 문제 국방부에 맡겨라>에서 “북한 공식자료집인 ‘조선중앙년감’ 59년판에는 NLL을 군사분계선으로 표기했다”며 “NLL의 실효적 지배를 인정한 사례”라고 주장했다. 8월 27일 발행된 ‘주간조선’(1969호)의 경우에는 아예 기사 제목을 <“북한, NLL 공식 인정 1959년판 조선중앙연감에 기록”>으로 달고 “조선중앙연감 1959년판 254쪽 황해남도 지도에 보면 NLL과 일치하는 선을 군사분계선으로 표기해놓았다”며 “북한당국도 NLL을 인정하고 있다는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림2] 1959년판 조선중앙년감 254p 황해남도 부분 지도
하지만 실제 ‘조선중앙년감’ 59년판 254쪽에 게재된 지도([그림2])를 확인하면 이 같은 주장이 무색해진다. 이 지도에는 실제 백령도, 대청도, 연평도 상단 부분에 ‘군사분계선’으로 기호 표시된 선이 있지만, 결코 실제 NLL과 일치한다고 볼 수 없다. 왜냐면 남측이 주장하는 NLL처럼 우도 서쪽에서 백령도까지 이어져 있는 선이 전혀 아닌 것이다. 오히려 이 선은 정전협정에서 유엔군사령관의 통제하에 두게 된 서해5도와 북측 지역을 구분하기 위한 ‘경계선’으로 보는 게 더욱 타당할 것이다. 물론 서해5도 지역에는 우리 군이 주둔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군사분계선’이 되는 것 또한 당연하다.
설혹 북측이 한두차례 NLL을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하더라도 이를 근거로 ‘NLL은 우리 영해’라고 주장하는 것 또한 어불성설이다. 앞서 살펴봤듯이 국방부는 1993년 군사정전위원회 편람에서 “NLL은 유엔군 사령관이 일방적으로 지정한 선으로 해상 군사분계선이 아니다”고 스스로 확인한 바 있으며, 1996년 당시 이양호 국방부장관은 국회에서 NLL에 대해 “해상에 우리가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라며 “이건 정전협정과 관계없고, 넘어와도 상관없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선일보 또한 이 같은 이양호 장관의 발언을 뒷받침한 적이 있다. 조선일보는 1996년 7월 18일자 <‘합의된 선’없어 논란 무의미>라는 해설 기사에서 “논란이 된 해상의 북방한계선은 지상의 군사분계선과 개념상으로나 법적으로나 의미가 다르다”며 “바다의 경우는 남-북간에 의견이 엇갈려 지금까지 정해진 경계선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조선은 특히 서해북방한계선은 “유엔사측이 백령도 연평도 등 6개 도서군과 이를 마주하는 북한측 지역과의 중간지점 해상에 임의로 설정한 것”이라며 “서로간의 수역을 침범했을 경우 정전협정 위반사항이나 국제법상으로 제소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고 친절한 설명을 덧붙여 “이 국방장관이 ‘NLL 침범이 정전협정 위반사항은 아니다’라는 답변은 맞는 것”이라고 이 장관의 발언을 옹호했다. 당시 이 기사를 쓴 사람은 함영준 기자로 이후 조선일보 사회부장, 국제부장 등을 거쳐 지난 대선 때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캠프에 참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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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펴본 NLL에 대한 사실과 역사성을 간과하고 무조건 'NLL은 양보해서는 안되는 것'이라며 '단호한 대응'만 부르짖어서는 언제고 충돌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지금 남과 북에게 필요한 건 사실은 사실대로 인정하고 현실은 현실대로 존중해서 어떻게 하면 충돌 가능성을 없애고, 평화적으로 이를 관리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NLL 구역은 때마다 꽃게잡이가 이뤄지는 곳이 아닌가. 나아가 남과북이 다투는 동안 엉뚱하게 중국 어선들이 들어와 꽃게를 쓸어 담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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