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출처 : 서울신문 2013.01.28. 04:26
음식물쓰레기 대란 피했지만… 민·관 갈등 ‘악취’는 여전
이달·새달 처리비 협상… 민간업체들이 말하는 고충
[서울신문]음식물쓰레기 처리 단가 인상을 놓고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위탁업체간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서울 일부 구청에서는 업체들이 음식물쓰레기 수거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급기야 환경부와 서울시가 중개에 나서 위기는 막았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민간업체들은 올해부터 음폐수(음식물쓰레기에서 나오는 폐수) 해양배출이 금지돼 육상처리를 해야 하는 데 비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2005년부터 음식물쓰레기 직매립을 금지하고, 이를 활용한 각종 자원화(비료·사료) 사업을 독려했다. 그동안 사업장이 난립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불법 처리하는 행태도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음식물쓰레기 자원화 정책의 문제점과 민간 위탁업체들의 고충 등을 들어봤다.
올해 초부터 음폐수 해양배출 금지 후 환경부와 지자체들은 ▲육상처리 인프라 부족 ▲위탁 처리단가 인상 ▲하수 연계처리 적정성 문제 등이 현안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이달과 다음 달 재계약이 이뤄지는 수도권 민간 위탁 처리 업체들은 비용 현실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수거중단 등 극단적인 행동도 불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27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해양 배출된 음폐수 양은 하루 평균 3800여t에 달한다. 올해부터 이를 전량 육상처리로 전환하다 보니 비용 문제가 발생했다. 음폐수 처리 비용은 해양 배출할 때에는 t당 4만∼4만 5000원이었지만 육상은 7만원이 들어간다. 수도권 민간 처리업체는 이런 점을 감안해 처리 단가를 t당 12만 7000원으로 올려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지자체들은 8만 1000∼11만 5000원을 고수하면서, 업체들이 수거를 거부해 쓰레기 대란 직전까지 내몰렸다. 급기야 서울시가 공공 하수처리장에 민간업체의 음폐수 반입을 허용하면서 진정됐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언제 다시 불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한국음식물자원협회(음자협) 관계자는 "협회에서 제시한 12만 7000원은 민간업체의 생존이 걸린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 물러설 수 없다"면서 "이 비용이 많다고 한다면 공공처리 시설의 운영비도 공개하라"고 지자체를 압박했다. 그는 "공공처리 시설 운영에는 t당 13만~20만원의 비용이 발생하면서도 민간업체 처리 단가를 깎을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음식물류 폐기물에 대한 자원화 사업은 2005년부터 시작돼 관련법과 제도가 정비됐다. 초창기 정부가 사업을 장려하면서 관련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난립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자원화는 뒷전이고 저가 입찰을 통해 매립이나 갈아서 음폐수와 함께 해양 투기하는 등 불법처리도 빈번하게 이뤄져 왔다. 말로만 자원화 시설일뿐 원래 신고된 대로 재활용품(비료·사료) 생산업체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음식물류 폐기물 처리시설은 국고 보조로 만들어진 공공처리 시설과 민간이 설치한 민간처리 시설로 구분된다. 현재 음식물류 처리시설은 총 241곳(공공처리 94곳, 민간처리 147곳)이 가동 중이다.
전남 담양의 민간업체 사장은 "공공처리 시설의 경우 해당 지자체 음식물쓰레기 물량을 전량 공급받게 되지만 민간업체는 입찰 등을 거쳐야 한다"면서 "공공처리 시설이 설치되고 해당 지자체의 음식물쓰레기 위탁업무가 줄어들어 시설 일부는 가동을 중단시켰고, 규모도 축소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자체들이 공공처리 시설에 무작정 일감을 몰아주는 것은 '불공정 거래'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음자협 측은 엉터리로 운영되는 공공처리 시설에 대한 사례도 공개했다. 광주광역시는 민간처리 시설 4곳과 공공처설 1곳이 가동 중이다. 공공처리 시설의 운영비는 t당 18만 5000원이나 됐지만, 민간처리 시설 위탁 비용은 t당 6만 4000원에 불과했다. 협회 관계자는 "공공처리 시설에서 생산한 자원화 제품(사료)이 실제로는 전혀 공급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광주시는 700억원을 투자해 올해 4월 300t 처리 용량의 추가 시설을 완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럴 경우 지역의 민간처리 업자들은 줄줄이 문을 닫아야 할 처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북 익산 ㈜평안엔비텍 대표는 "종량제 시행과 주방오물분쇄기(디스포저) 불법사용 등으로 폐기물 발생량이 줄어들어 가동률이 떨어지는 등 준폐업 상태에 놓인 업체들이 많다"며 "지자체들이 위탁을 할 때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업체들로만 제한하는 등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환경부 관계자는 "공공처리 시설은 재생에너지 생산 시설로 유도하고, 비료나 사료 등 음식물 자원화 사업은 민간 사업자가 맡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 사진 세종 유진상 기자 js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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