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역사 침탈(侵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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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역학의 세계 /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하지 않는다

자연정화 2014. 4. 24. 07:40

열역학의 세계 /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하지 않는다

 

과학동아 베이식 사이언스 1999/3

이덕환(서강대, 화학과)

 

사람들은 에너지를 끊임없이 생산해내는 영구기관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지금은 누구나 영구기관이 불가능함을 알고 있다. 자연계의 질서를 표현해주는 열역학의 법칙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글/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힘차게 달리는 이봉주 선수는 초인적인 에너지의 상징이다" "우리 사회가 번영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민주 시민의식이라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처럼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 중에 에너지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에너지는 과학에서 정의된 용어다. 예를 들어 석유나 석탄이 연소될 때는 화학에너지가 만들어진다든가, 물체를 들어 올렸을 때 그 물체는 중력에 의한 위치에너지를 갖는다고 말한다.

 

현재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는 에너지라는 말은 '열역학'의 핵심 개념이다. 일상생활은 물론 우주를 지배하는 보편적 진리인 열역학의 법칙들을 살펴보자.

 

개체와 집단

 

열역학은 에너지의 변환을 논의하는 학문이다. 그리스어로 열역학(thermodynamics)은 '열의 이동'을 의미한다. 열역학은 물질의 원자와 분자의 성질이 이해되기 전인 1800년대 중반부터 체계적으로 정리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열역학에서는 물질을 이루는 분자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고 거시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춰 에너지의 변환관계를 말한다. 증기 기관에서부터 핵융합로에 이르는 모든 열기관의 기본 원리를 담고 있는 열역학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은 바로 계(system)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상자에 한두 개의 공이 들어있을 때는 공의 크기와 색깔을 자세히 설명할 수 있다. 그렇지만 수천 개의 공이 들어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각각의 공이 어떻게 생겼는가를 설명하는 것은 매우 불편하다. 즉 개체보다 집단의 특성이 오히려 더 유용하다.

 

그런데 공의 수가 아보가드로 수인 6x1023에 이르면 개체에 대한 설명은 아예 불가능하다. 이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집단의 특성만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개체의 정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자세한 정보를 모아서 활용할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우리 주변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물질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열역학은 아보가드로 수만큼의 분자들로 구성된 '계 또는 시스템'의 집단적인 특성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열역학에서는 계를 제외한 우주의 나머지를 모두 합쳐서 '주위'라고 부른다.

 

열과 일, 같지만 다른 개념

 

사람이 무거운 추를 들어 올리려면 일을 해야 하고, 물을 끓이려면 열을 가해야 한다. 그런데 거친 표면을 열심히 문지르는 '일'을 하면 표면이 마치 '열'을 받은 것처럼 뜨거워진다. 전혀 다른 것 같았던 일과 열이 서로 연관돼 있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처음 발견하고, 일과 열의 관계를 밝혀낸 사람이 바로 영국의 과학자 줄이다.

 

열역학의 제1법칙에서는 그런 일과 열을 합쳐서 '에너지'라는 새로운 개념을 정의한다. 에너지는 계의 상태가 변할 때 일이나 열의 형태로 나타낼 수 있는 추상적인 양을 나타낸다. 그 크기는 줄의 이름을 따라 줄(J)이라는 단위로 표시한다. 1 줄은 어떤 물체를 1뉴턴(N)의 힘으로 1 미터(m)만큼 움직이는데 필요한 일의 양이다. 1840년대 줄의 실험에 의해 물 1g의 온도를 1℃ 올리는 데 필요한 열은 4.18 J의 일(1cal)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따라서 줄은 일과 열, 그리고 에너지를 나타내는 단위로 사용된다.

 

그렇다면 일과 열은 어떻게 다를까? 추를 들어 올리는 일을 하면 추를 구성하고 있는 분자는 모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물에 열을 가하면 물분자들은 점점 더 불규칙하게 움직인다. 이처럼 계의 상태가 바뀌면서 주위에 있는 모든 분자들을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든 것은 '일'이고, 불규칙적으로 움직이게 만들면 '열'이다. 즉 같은 양의 에너지를 소모하더라도 추를 들어 올리면 일이 되고, 물을 열심히 저어서 물분자들이 아무렇게나 움직이게 만들면 열을 가해준 것으로 본다.

 

열역학에서 정의한 에너지는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또 다른 형태의 에너지는 서로 변환이 가능하다. 높은 곳의 물체가 아래로 떨어지면 위치에너지가 줄어드는 대신 운동에너지는 증가하는 것이 그런 예다. 또 움직이는 물체의 운동에너지는 충돌을 통해서 다른 물체에 전달되기도 한다.

 

우리의 우주에서 에너지의 변환이나 전달은 가능하지만 전혀 새로운 에너지가 갑자기 생겨나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열역학 제1법칙이다. 따라서 이를 '에너지 보존법칙'이라고도 부른다. 우리는 대폭발(빅뱅)에서 생겨난 에너지를 '재활용'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뜻이다.

 

티끌 모아 태산

 

사람들은 필요한 에너지를 어떻게 얻을까? 대답은 간단하게도 음식물을 통해서다. 우리가 먹는 음식물은 탄소나 수소와 같은 원자들이 결합해서 만들어진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과 같은 분자들이다. 탄수화물 1g이 몸속의 효소에 의해서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면, 그 과정에서 탄수화물에 저장되었던 16.7 kJ (4 kcal)의 에너지가 방출된다.

 

지구상의 동물과 식물은 분자에 저장된 화학에너지를 나누어 쓰면서 서로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녹색식물은 태양에서 오는 빛에너지를 탄수화물 같은 분자에 저장하면서 성장하고, 사람은 그런 분자가 가지고 있는 화학에너지를 활용한다.

 

이 밖에도 석탄이나 석유의 주성분인 탄화수소에도 화학에너지가 많이 저장돼 있다. 탄화수소에 산소를 공급하면서 높은 온도로 가열하면 화학결합이 깨지면서 이산화탄소와 물로 바뀌고 남은 에너지가 열의 형태로 방출된다. 이 때의 에너지가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고 보일러의 물을 끓게 만들어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만든다. 사람은 이런 화학에너지를 능동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만물의 영장이 된 것이다.

 

분자 하나가 가지고 있는 화학에너지의 양은 매우 작지만 그런 분자들이 아보가드로 수만큼 모이면 다이너마이트의 폭발처럼 엄청난 위력을 나타낸다. '티끌 모아 태산'이 바로 이런 것이다.

 

인류가 발견한 위대한 업적 중의 하나가 전기다. 원자나 분자를 구성하는 입자들 중의 하나인 전자를 억지로 떼어내서 금속 회로를 통해 흘려보내면 전류가 된다. 그런 전류를 이용해 전구를 밝히고, 텔레비전을 본다. 또 전류가 반도체 소자로 흘러가면 정보화 시대의 핵심인 컴퓨터가 작동된다.

 

그런 전기에너지도 사실은 분자가 가지고 있는 화학에너지에서 비롯된다. 전기를 만들려면 석유를 태워서 나오는 화학에너지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물을 이용해 분자들이 가지고 있는 전자를 강제로 떼어내야 한다. 물론 이 경우에도 열역학 제1법칙이 적용된다. 그래서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생산된 전기에너지보다 더 많은 화학에너지를 소모해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기는 값이 비싸고 귀중한 자원이다.

 

에너지를 창조할 수는 없을까?

 

그런데 열역학 법칙은 논리적인 증명이 불가능하다. 우주에서 에너지가 새로 생겨날 수 없다는 것은 지금까지 우리의 경험을 근거로 그럴 것이라고 믿을 뿐이다. 수학 법칙을 증명할 때처럼 완벽한 논리적 근거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말이다.

 

따라서 제1법칙이 밝혀진 직후부터 그런 법칙에 의문을 품고 새로운 에너지를 창조해낼 수 있는 기계를 만들려는 노력은 계속 됐다. 연료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에너지를 창조하는 기계, 영구기관이 그것이다.

 

물레방아를 돌린 물이 수로를 따라서 흘러가서 다시 물레방아 위로 올라갈 수 있으면 물레방아는 무한히 오래 돌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떨어진 물이 저절로 물레방아 위로 올라가지는 않기 때문에 펌프로 다시 퍼 올려야한다. 물레방아를 돌려서 얻은 소득보다 펌프를 돌리는데 더 많은 전기세를 내야 한다.

 

만약에 누군가 그런 영구기관을 발명하면 큰 부자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현대 과학을 밑바닥에서부터 완전히 뒤집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을 이루게 될 것이다.

 

자연적인 변화의 방향

 

열역학은 에너지라는 새로운 개념을 가르쳐 준 것만으로도 매우 중요한 기여를 한 셈이지만 그것이 열역학의 전부는 아니다.

 

높은 곳에 있는 공이 저절로 떨어지지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공이 떨어지면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바뀌고, 공이 바닥에 떨어지면 그 운동에너지가 다시 열에너지로 바뀌어서 바닥의 온도가 올라간다. 그러므로 공이 떨어지기 전이나 떨어진 후에 공과 마루의 에너지의 합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제1법칙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바닥에 놓여있던 공이 아무 이유 없이 위로 솟구쳐 올라가는 것은 괴기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비자연적인 현상이다. 마루의 열에너지가 모두 합쳐져서 공에 전달돼 공이 위로 올라가더라도 제1법칙은 성립될 텐데 왜 그렇지 못한 것일까.

 

그것은 바로 우주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모두 자연적인 변화의 방향이 있기 때문이다. 공이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자연적이지만, 공이 솟아오르는 것은 비자연적이라는 얘기다. 공을 솟아 오르게 만들려면 적당한 방법으로 일을 해줘야 한다. 마루를 구성하는 분자들의 무질서한 열운동이 우연히 합쳐져서 그런 일을 하는 것은 비자연적일 뿐만 아니라,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증가하는 우주의 엔트로피

 

자연적인 변화의 방향은 어떻게 예측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을 해결해준 것이 바로 열역학 제2법칙이다.

 

제2법칙에서는 엔트로피라는 또 하나의 새로운 개념이 등장한다. 엔트로피는 계 속에 숨겨진 무질서의 정도를 나타낸다. 수학적으로 엔트로피는 계에 포함된 분자를 늘어놓을 수 있는 방법의 수에 자연대수를 취한 값에 비례한다. 에너지가 추상적이지만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까닭은 우리가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일이나 열의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에 숨겨진 무질서 도는 직접 느낄 수 없으므로 엔트로피는 에너지보다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정렬하고 있는 군인들처럼 정돈된 상태로 있으면 엔트로피가 작고, 복잡한 거리의 사람들처럼 제멋대로 흐트러져 있으면 엔트로피가 크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정돈돼 있으면 엔트로피가 0이 된다는 것이 열역학 제3법칙이다. 하지만 이는 열역학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를 위해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자연적인 변화는 우주를 더욱 무질서하게 만들어서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일어난다는 것이 바로 열역학 제2법칙이다.

 

공이 마루로 떨어지면 그 에너지 때문에 마루의 분자들이 더 많이 흐트러져서 엔트로피가 증가한다. 따라서 공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변화다. 그렇지만 마루에 있던 공이 솟아오르기 위해서는 마루의 분자들이 열에너지를 잃어버려야 한다. 그런 현상이 바로 엔트로피의 감소에 해당한다. 마루에 있던 공이 튀어 오르면 에너지는 일정하지만 엔트로피는 감소하기 때문에 제2법칙에서 설명하는 자연적인 변화가 될 수 없다. 무의식적으로 제2법칙의 세상에 길들여진 우리에게는 그런 현상이 무서울 정도로 놀랍게 느껴진다.

 

사람들이 모여서 유용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민주적으로 의견을 모아 서로 협력하면서 체계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엔트로피가 감소하기 때문에 그런 일은 자연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각자가 멋대로 행동하는 것이 열역학적으로 볼 때 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고도의 지능을 가진 인간은 그렇게 했을 때의 결과를 미리 짐작하기 때문에 비자연적이기는 하지만 조직적으로 모두의 이익을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이다.

 

화학 평형: 변화가 언제까지 진행될까?

 

수소(H2)와 질소(N2)를 섞어주면 비료나 폭약의 원료가 되는 암모니아(NH3)가 만들어질까? 만약 그렇다면 얼만큼의 암모니아가 만들어질 것인가?

 

이런 의문은 화학 공장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우선 자연적으로 일어나지 않는 반응을 억지로 일으키려면 에너지를 공급해 주어야하기 때문에 원가가 높아진다. 또한 가능하면 적은 양의 원료에서 많은 양의 제품을 얻어내는 것이 공장의 수익성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열역학 법칙이 바로 그런 의문을 풀어주는 열쇠가 된다.

 

어떤 변화가 자발적으로 일어나려면 제2법칙에 따라서 계의 에너지를 소모해서 우주의 엔트로피가 증가시켜야 한다. 계가 가지고 있던 에너지를 모두 계와 주위의 엔트로피 증가에 사용해버리고 나면, 이제 더 이상의 변화는 일어나지 못하게 된다. 그런 상태를 바로 "평형"이라고 부른다. 그런 평형에 도달한 계는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밀폐된 그릇에 물을 조금 담아두면 처음에는 액체의 물이 증발해서 줄어들다가 시간이 지나면 물의 양이 변하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된다. 액체가 증발하는 속도와 기체가 액화되는 속도가 같게 되면서 평형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액체가 증발하기 시작하는 계는 평형에서 멀리 떨어진 상태이고, 시간이 지나면 평형에 도달하게 된다.

 

열역학을 이용하면 얼만큼의 암모니아가 만들어지는가 또는 얼만큼의 물이 증발한 후에 동적 평형이 이루어지는가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다. 화학 공장에서는 그런 방법으로 제품을 얼마나 만들 수 있는가를 미리 예측하고, 더 많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온도나 압력과 같은 조건을 어떻게 바꾸어주어야 하는가를 결정한다.

 

생명탄생은 2법칙을 위반?

 

자연적인 변화의 방향을 가르쳐 주는 제2법칙의 의미를 깊이 되새겨보면 놀라운 결론을 얻게 된다. 우주의 에너지는 일정하지만 변화는 계속되기 때문에 결국은 엔트로피가 더 이상 증가할 수 없는 극도의 혼란한 상황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의 자연적인 변화는 불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열죽음이라고 부르는 우주의 종말이다.

 

그러고 보면 제2법칙은 인간을 포함한 우주 전체가 종말을 향해서 무거운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는 암울한 예언 같다.

 

또한 사람을 비롯한 생명체의 출현은 열역학으로 볼 때 불가사의한 현상이다. 생명체가 태어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수의 분자가 정확하게 배열돼야만 한다. 따라서 생명체의 탄생은 제2법칙에 위배되는 현상인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모든 것이 자연으로 흩어져 버리는 죽음이 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것이다.

 

제2법칙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다만 제2법칙은 모든 것이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평형상태에만 적용되는 것임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변화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어서 고전적인 열역학이 적용되는 평형상태와는 거리가 멀다.

 

평형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경우에는 그 특성이 평형 상태와 아주 달라서 전혀 기대할 수 없는 현상이 일어난다. 우주에 흩어져 있는 엔트로피가 다시 감소하면서 뜻밖의 질서가 나타날 수가 있다는 얘기다. 1977년에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일리야 프리고진이 밝혀낸 '무산(霧散)구조'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일정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만 평형상태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에너지가 옮겨 다니면서 우주의 질서가 무너지고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자연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특별한 경우에는 우주의 무질서가 흩어져 사라지면서 엔트로피가 오히려 감소하고 그 결과로 새로운 질서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 일시적 혼돈인 카오스다.

 

결국 현대의 열역학은 우리의 우주는 혼돈의 상태를 거치면서 새로운 질서, 즉 생명을 탄생시키면서 끊임없이 진화할 것이라는 밝은 예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보충자료>

무산(霧散) 구조

 

무산구조의 개념은 열역학의 시인으로 불리는 일리야 프리고진 (Ilya Prigogine)이 열적 죽음을 예언하고 있는 평형 열역학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에서 도입된 것으로, 프리고진은 그 업적으로 1977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였다.

 

평형 상태는 겉보기에 모든 것이 안정되어서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물론 분자 수준에서 보면 끊임없이 열운동을 하고 있기도 하고, 분자들이 깨어지고 만들어지는 과정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도 하지만, 그런 변화가 서로 정확하게 상쇄되어서 겉으로는 아무런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상태가 바로 평형 상태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그런 평형의 상태는 매우 드물게 관찰된다. 오히려 변화가 진행 중인 경우를 관찰하게 되는 경우가 훨씬 더 일반적이다. 우리를 감싸고 있는 공기도 바람과 함께 항상 움직이고 있으며, 강이나 바다도 언제나 움직이고 있다. 매우 안정한 것처럼 보이는 모래나 돌도 사실은 그 내부의 분자들이 아주 느린 속도이기는 하지만 서서히 부서져서 오랜 시간이 지나면 색깔도 변하고 모양도 변한다. 다만 대상에 따라서 그 변화의 속도가 다를 뿐이고 엄밀한 의미의 평형 상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처럼 변화가 진행 중인 상태를 비평형 상태라고 한다.

 

프리고진은 평형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비평형 상태에서는 평형에서와 달리 주위에서 에너지를 흡수하면서 주위의 엔트로피를 감소시킴으로써 매우 안정한 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혼돈의 상태에서 출현하게 되는 새로운 구조를 엔트로피를 흩어져서 사라지게 만들어서 생겨나는 것이라는 뜻에서 무산구조라고 불렀다. 그러니까 평형이나 그 부근에 있는 계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우주의 엔트로피를 증가시키지만, 그렇게 증가된 우주의 엔트로피는 우주의 어느 곳 엔가에 존재하는 평형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계에 영향을 주어서 생명체와 같이 아주 정교하게 조직화된 구조를 만들어내면 우주의 엔트로피는 다시 감소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프리고진의 무산구조는 생명 출현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종말론을 주장하는 것처럼 보였던 열역학의 어려움을 모두 해결해 주었고, 우리의 우주가 끊임없이 새로운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희망을 안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