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역사 침탈(侵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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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관행 깨려 도전하니 길이 보이더라"

자연정화 2018. 8. 3. 23:05

축산물 싸게 파는 미트박스

"기존 관행 깨려 도전하니 길이 보이더라"

 

출처 : 조선일보 2017. 05. 02. 감혜림 기자

 

소상공인 위한 축산물 소셜커머스 '미트박스'

축산과 IT에서 각자 전문성 쌓은 20년 친구 의기투합

불편함 해소하는 창업이라면 나이 상관 無

 

1㎏당 1만~1만5000원 하는 수입산 삼겹살을 7000~1만원에 살 수 있는 곳이 있다. 시중가보다 20~30% 싸다. 2014년 시작한 축산물 직거래 플랫폼 '미트박스' 이야기다.

 

모바일 앱과 온라인 사이트를 가진 '미트박스'는 육류 공급업자가 돼지고기·소고기 등을 브랜드·등급별로 나눠 올리면 식당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이나 일반인이 싸게 고기를 구입하는 곳이다. 전체 이용자의 90%는 육류를 파는 공급업자와 식당·정육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이다.

 

 

그동안 축산물 거래는 '고기 생산·수입업자(원공급자)→유통업체→소비자' 순으로 이뤄졌다. 중간 유통업체가 가격과 거래처 정보를 독점했다. 그러나 이 구조를 미트박스가 산산조각 냈다.

 

미트박스는 유통업체를 끼지 않고 고기 수입업자와 생산자가 만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미트박스가 유통업체인 셈이다. 기존에는 여러 유통업체를 거치면서 원가에 비해 최종 소비자 가격이 30~35% 이상 높아졌다. 미트박스는 중간 마진 대신 거래액의 3~5%를 수수료로 받는다.

 

최종 소비자는 기존에 비해 20~30% 저렴하게 고기를 살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한달에 1000만원치 고기를 소비하는 식당이나 정육점은 미트박스를 이용해 매달 200만~300만원을 아낄 수 있다. 축산물 시장의 기존 관행을 뒤엎는 비즈니스 모델인 것이다.

 

시장을 뒤엎는 '파괴적 혁신'으로 미트박스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창업 3년이 안돼 월 거래액 70억원을 넘겼다. 거래액의 3~5%를 수수료를 받는 미트박스의 월 매출은 3억원 가량이다. 미트박스의 가능성을 본 유력 벤처캐피탈회사 자금도 몰렸다.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2016년 30억원을 투자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알토스벤처스 등 유명투자사와 함께 2017년 80억원을 다시 투자했다.

 

미트박스를 창업한 서영직(왼쪽) 사장, 김기봉 대표 /미트박스 제공

 

미트박스는 경북대학교 동창인 김기봉(47)·서영직(47)씨가 창업했다. LG유통(현 GS리테일)·아워홈에서 축산물을 담당한 김씨와 IT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서씨가 만나 탄생했다.

 

창업 당시 나이는 43살이었다. 20~30대 창업자가 많은 O2O(Offline to online) 스타트업계에서 40대 창업자는 흔치 않다. 잘못하면 20여년 우정이 깨질 수도 있는 공동 창업이었다. 더구나 기존 관행이 견고해 뚫기 어려운 시장에 도전했다.

 

두 사람은 말했다. "창업을 위한 절대 조건은 나이가 아닙니다. 세상에 있는 불편함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중요해요." 이들이 말하는 창업 성공 조건 4가지를 들어봤다.

 

미트박스는 블로그(blog.naver.com/gjsrbs9cjs)에도 시세정보와 요리법, 손질방법 등을 공개한다. /미트박스 블로그

 

① 꼭 해결해야 할 문제를 찾자

 

"축산물 유통 시장은 투명하지 않습니다. 최종소비자는 생산·수입원가를 모릅니다. 기준 가격이나 시세도 없었습니다. 영업 비밀이니 다른 식당에는 얼마에 납품하는지 모릅니다. 소상공인들은 중간 유통업체가 제시하는 가격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김기봉 대표가 축산물 유통 구조를 설명했다. "식당을 개업하면 축산물 유통업체가 찾아와 2~3개월치 재료를 외상으로 줍니다.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미리 고기를 주는 것이 고마워 별도로 '실제 고기 가격이 얼마냐' 따져 묻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부르는 게 가격'이었죠. 게다가 외상으로 산 고깃값은 일종의 빚이 됩니다. 함부로 거래처를 끊을 수 없죠. 이런 악순환을 반복하는 겁니다."

 

미트박스는 매일 마장동 축산물 시장, 공급업자 등을 확인해 소고기·돼지고기 등 축종을 나눠 부위, 등급, 원산지, 브랜드별 시세를 제공한다. 지금까지 축산물 시세는 공식적으로 나온 지표가 없었다. /미트박스 홈페이지

 

식당과 외식업체에 육류를 공급하는 국내 축산물 시장은 약 13조원으로 추산된다. 소·돼지·닭 등 가축 종류별로 원산지, 등급, 브랜드를 조합하면 소비자가 살 수 있는 고기 종류는 수천가지 이상이다.

 

김 대표는 "시장은 크지만 누구도 정확한 시세를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장 가격을 모르니 외식업자들은 그날 그날 유통업체가 알려주는 가격을 받아들입니다. 식당 운영의 세가지 축이 인건비·월세·재료비인데, 이 중 식자재비를 줄이려면 유통업체들에게 '가장 싼 고기를 달라'고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어요"

 

유통업체와 최종 소비자가 가진 정보의 차이가 너무 심해 생긴 현상이었다. 미트박스는 모두가 궁금해하는 정보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당장 쓰진 않더라도 꼭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돼지·소·닭·양 등 대표적인 고기의 원산지, 브랜드, 부위, 등급별 가격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각 조건을 조합하면 하루에 올라오는 종류는 800개가 넘는다. 미트박스에서 고기를 판매하는 축산업자, 마장동 축산물 시장 등을 참고해 매일 가격을 확인한다.

 

회원이 아니어도 누구나 홈페이지에 와서 실시간·날짜별로 볼 수 있게 했다. 축산업계에 처음 등장한 시세 정보에 관심이 쏠렸다. 자연스레 미트박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고기를 생산하거나 수입하는 대형 공급자 120여곳이 참여했다. 소비자도 2만명으로 늘었다. 재구매율은 85%가 넘는다.

 

경북대학교 동창으로 만난 두 사람은 각자 다른 분야에서 쌓은 전문성을 합쳐 미트박스를 만들었다. 김기봉 대표는 축산분야 전문가, 서영직 사장은 재무와 IT회사에서 오래 일했다. 미트박스를 창업하면서 각자 몰랐던 분야를 서로에게 물어가며 공부했다. /미트박스 제공

 

② 20년 일하며 쌓은 전문성이 만리장성 뚫었다

축산과 IT라는 각자 분야에서 쌓은 두 사람의 전문성이 시너지 효과를 냈다. 김 대표는 "고기를 너무 잘 알면 오히려 시야가 좁아져 제대로 아이디어가 안 나온다"라며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일했기 때문에 서로 대화하면서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10여년간 대기업에서 축산물 유통을 담당한 김 대표는 퇴사 후 규모가 작은 외식 프랜차이즈로 옮겼다. 자신이 유통한 고기를 사는 최종 소비자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후 직접 보쌈 프랜차이즈를 내고 육류 수입업도 병행했다. "궁금한 것을 쫓아 즐겁게 일하다 보니 어느새 20년차 축산 전문가가 됐습니다."

 

덕분에 창업 초기 공급자와 소비자를 모을 수 있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미트박스에 대해"신선한 아이디어지만 기존 관행을 없애기 어려워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때 20년간 알고 지낸 축산물 공급업체들이 "김 대표가 하는 일이니 일단 도와준다"며 힘을 실어줬다.

 

'기획통'인 서영직 사장은 미트박스 플랫폼 개발에 주력했다. 엔지니어 출신은 아니지만 IT 회사에서 일하며 얻은 경험과 인맥을 활용했다. 전문분야인 재무와 마케팅 전략도 짰다. 현재 개발팀을 진두지휘하며 데이터 수집·분석까지 한다.

 

전혀 해보지 않았던 축산업이었지만 오히려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롯데 기획조정실에서 일했다. 이후 종합금융사로 이직해 재무 분야 경력도 쌓았다. 2000년대 벤처붐이 불 때 유명 게임 회사 '웹젠'에 들어가 기획 업무를 했고, 2008년 매각 작업까지 맡았다. 세차 플랫폼 등 IT기반 창업을 3번한 경험도 있다.

 

별도 유통망이 없어 직배송에 어려움을 겪는 공급업자들을 위해 미트박스는 오뚜기 계열 물류회사와 계약을 맺고 저렴한 가격에 익일 배송이 가능하게 했다. /미트박스 제공

 

③ 어려움에 대처하는 맷집을 키우자

 

육류 공급업자들을 설득하는 데 또 다른 어려움은 이들이 별도의 배송·유통망이 없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강원도에 있는 공급업자가 경남 창원에 배송을 하려면, 냉장차를 빌려 직접 납품해야 했다.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가 신선도 유지가 어려워 직접 배송은 거의 불가능했다.

 

미트박스는 공급업자들에게 육류 물류도 도맡겠다고 설득했다. 오뚜기 계열의 물류회사와 계약을 맺어 건당 배송 비용을 확 낮췄다. 오뚜기 물류센터에 창고를 얻어 공급업자들이 물건을 보관할 수 있게 했다. 덕분에 주문이 들어오면 다음날 배송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대신 기존 유통업체로부터 욕을 많이 먹고 있다. 그동안 유통업체가 독점하던 정보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아예 귀를 막고 살고 있습니다. 공고한 벽을 깬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버틸 수 있는 건 우리가 바라봐야 할 고객은 축산물 공급업자와 최종 소비자이기 때문입니다."

 

서영직 사장, 김기봉 대표/미트박스 제공

 

④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꿈을 가지자

미트박스는 2017년 한해 동안 전체 거래액 13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순익분기점을 넘겨 흑자를 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월 거래액은 100억원대로 높여야 한다.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마케팅 채널도 강화할 예정이다.

 

넘어야 할 산도 있다. 미수금 때문에 미트박스 이용을 꺼리는 소상공인을 설득하는 일이다. "기존 관행 탓에 유통업체에 갚아야 할 고깃값을 끼고 있는 소상공인은 똑같은 품질의 축산물을 더 싸게 살 기회를 놓치고 있습니다."

 

축산물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면 식당에서 쓰는 채소, 공산품 등으로 품목을 확대할 생각도 있다. "한 자리에서 식당 운영에 필요한 물품을 다 살 수 있으면 소상공인들의 수고를 덜 수 있으니까요. 장기적으로 대만, 중국 등에 진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