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지(符都誌)』에 기록된 한민족의 탄생신화(誕生神話)
실라[新羅] 때의 비서(秘書)인 『부도지(符都誌: 하늘에 관한 기록)』1)에는 우리 민족의 탄생이 비교적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세상의 많은 책들이 천지창조의 극적인 장면들을 나름대로 연출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대부분 빛의 탄생으로부터 출발한다. 그에 반하여 우리 민족의 탄생을 전하는 『부도지』의 내용을 보면, 우리 민족의 천지창조는 ‘소리’로부터 시작한다. 매우 독특하고 기발한 한민족다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부도지』에 기록된 한민족의 탄생신화는 다음과 같다.
제1~2장 <태초조 마고주신 탄생하다> 선천(先天:太初)에는 따뜻한 햇빛만이 있었다. 돌연 팔려(八呂:여덟 악기)의 음(音:소리)이 들려오더니 그 변하는 소리에 따라 수많은 별들이 생겨났다(우주의 대폭발인 듯하다). 이처럼 선천(태초의 우주)이 끝나면서 짐세(朕世:지상의 세상)가 나왔는데 이로부터 실달성(實達城:보이는 성)과 허달성(虛達城:보이지 않는 성)이 생겨났고, 마고대성(麻姑大城)과 마고주신(麻姑主神) 역시 그 소리로부터 나왔다. 마고주신은 선천을 아버지로 하고 짐세를 어머니로 하여 궁희(穹姬)와 소희(巢姬)를 낳았다. 궁희와 소희 역시 선천과 후천의 정기(精氣)를 받아 각각 두 천인(天人)과 두 천녀(天女)를 낳았다. 이들이 성(城) 안의 지유(地乳:땅의 젖)를 먹고 자라자 마고주신은 네 천녀에게 려(呂:천상의 악기)를, 네 천인들에게는 율(律:하늘의 소리)을 맡아보게 하였다. 천부(天符)를 봉수(奉守)하여 선천을 계승할 때 성안의 사방에 천인이 있어 제관(提管)으로 음을 고르니 황궁씨(黃穹氏), 백소씨(白巢氏), 청궁씨(靑穹氏), 흑소씨(黑巢氏)가 그들이다.
제3장 <천지를 창조하다> 마고주신이 실달대성을 끌어다가 천수(天水)에 빠트리니 물구름이 위를 덮으며 육지(陸地)가 되었다. 수성(水城)과 지계(地界)가 서로 조화를 이루며 역수(曆數)가 시작되니 기(氣), 화(火), 수(水), 토(土)가 서로 섞여 낮과 밤 그리고 사계(四季)가 구분되어 초목과 짐승들이 생겨났다. 세상에 일이 너무 많아지므로 네 천인은 각각 그 역할을 분담하여 토(土)는 황궁씨(黃穹氏)가, 수(水)는 청궁씨(靑穹氏), 기(氣)는 백소씨(白巢氏) 그리고 화(火)는 흑소씨(黑巢氏)가 맡아 관리하였다. 이로부터 기(氣)와 화(火)가 서로 밀어 하늘의 찬 기운을 없애고 수(水)와 토(土)가 감응하여 땅의 질서를 확립하니 이는 음상(音像)이 위에서 비춰주고 향상(響象)이 아래에서 듣기를 고르게 해주는 까닭이었다.
제4장 <자손이 번성하다> 마고주신이 네 천인과 네 천녀를 결혼시켜 자손을 번성하게 하니 이들은 3남 3녀를 낳았고 몇 대를 지나면서 그 수효가 3천명으로 불어났다.
제5장 <오미의 맛을 알다> 백소씨족의 지소씨(支巢氏)가 지유(地乳)를 먹으러 젖샘으로 가보니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작은 젖샘을 차지하려 하므로 결국 지유를 마시지 못하고 돌아왔다. 이렇게 하기를 다섯번이나 반복하다가 마침내 너무 배가 고파 집에 돌아와 쓰러졌는데, 마침 난간의 포도나무에서 떨어진 포도를 먹어보니 그 맛이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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