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신[朝鮮]
흔히 이두식 발음으로 ‘조선’이라고 발음되는 이 단어의 참뜻은 과연 무엇일까? 조선의 한자 표기는 ‘조(朝:아침)’와 ‘선(鮮:빛남)’의 조합으로 ‘아침이 빛난다’는 의미가 된다. 따라서 한자의 뜻을 그대로 풀어서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영문으로 ‘ Land Of Morning Calm ’으로 번역하고 있다. 그런데, 일찍이 역사학계의 큰 스승이신 단재 신채호 선생은 『흠정만주원류고(欽定滿洲源流考)』를 인용하여, ‘조선(朝鮮)의 원래 발음은 ‘쥬신’이고 그 뜻은 ‘주신(珠申)의 소속 관경(管境)’인데 ‘관경’의 뜻은 우리 ‘배달민족이 살고 있는 온누리’라고 했다. 과연 옛 역사서들에는 우리의 조상들이 살았던 영역을 쥬신이라 표기하고 있다. 예를 들어 태고의 역사를 열자마자 대뜸 조선[朝鮮:쥬신]이 등장하는 것을 시작으로 옛 쥬신[古朝鮮]보다 훨씬 먼저 그 땅에 존재했던 쥬신(肅愼:숙신, 쑤우신)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 노대국들의 뒤를 이어 같은 민족으로 같은 땅에서 흥기한 여진족도 스스로를 쥬신의 방언쯤으로 보이는 ‘주-ㄹ진[朱里眞]’으로 불렀으며, 청나라를 세워 중국대륙을 호령했던 만주족도 자신들을 ‘주신(珠申)’족이라고 불렀던 사실이 『청태조실록(淸太祖實錄)』에 분명히 기록되어 있다. ‘쥬신[朝鮮]’이라는 나라 이름은 한자가 생기기 훨씬 이전 아득히 먼 옛날부터 이미 존재하고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진서(晋書)』의 「숙신열전(쥬신열전-肅愼列傳)」에는 12연방국을 ‘숙신(肅愼)’이라고 쓰고 있는데, 이런 예에서 소리말을 뜻글인 한자로 쓰는 과정에서 ‘쥬신’이라는 소리를 나타낼 수 있는 수단으로 쥬신[朝鮮]과 숙신(肅愼) 등을 혼용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 세상에는 우리 민족 외에도 태양을 국명 또는 지명으로 쓰는 예가 얼마든지 있다. 그 한 예로 현대어 ‘아시아(Asia)’는 아시리아어(語)로 ‘해뜨는 곳’을 말하며, ‘유럽(Europe)’은 ‘해가 지는 곳’이다. 또 ‘아나톨리아(Anatolia: 옛날의 소아시아, 지금의 터키)’는 ‘해가 뜬다(日出)’는 뜻이고, ‘에스파냐(Espana)’는 ‘해가 진다(日沒)’는 뜻의 그리스어이다. 이러한 용어들은, 그리스의 지중해(Medit-erranean:Middle Earth Sea)를 대지의 중심으로 본 세계관의 결과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대개 자기들이 사는 영역을 중심으로 세상을 보는 경향이 있다. 우리도 ‘우리 민족이 사는 온누리’인 ‘쥬신[朝鮮]’을 스스로 ‘가우리[高句麗: 세상의 가운데 자리]’라 불렀으며 이를 국명으로 삼기도 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아직 영토 개념이 흐릿한 상태에서 우리 민족이 살고 있는 지역 즉 ‘쥬신’을 ‘우리의 주권이 미치는 단군 임검님의 나라’로 여겨 나라이름으로 대신한 듯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한 평의 땅도 소중하게 생각하여 나라마다 다툼이 심하게 되자 자긍심의 극치인 ‘가우리[高句麗, 高麗, 句麗, 九禮, 孤竹, 九離]’를 국명(國名)으로 채택한다. 결론적으로 우리의 민족명은 ‘ ’이고 국토는 ‘쥬신[朝鮮]’이며 국명은 ‘가우리[高麗]’이다.
국민족이 한동안 바이칼호수 근처에서 머물고 있었음은 우리 고기(古記)의 기록 외에 중국의 역사학자 서량지(徐亮之)의 증언을 통해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연구를 그대로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세석기(細石器) 때 한 무리의 문화부족(文化部族)이 맨 처음으로 시베리아의 바이칼호수 근방에서 살았었는데, 그들이 바로 중국의 전설적인 염제신농(炎帝神農)의 본족(本族)이다. 그들 민족은 『서전(書傳)』 「우공편(禹貢編)」의 기록에 보이는 조이(鳥夷), 우이(隅夷), 래이(萊夷), 회이(淮夷), 석지직피(析支織皮)이며 은(殷)나라 당시의 복사(卜辭)로 적은 이방(夷方), 토방(土方), 길방(吉方), 강방(羌方), 괴방(鬼方) 또 주(周)나라 때의 이(夷), 적(狄), 험윤, 진(秦)나라와 한(漢)나라 때의 호(胡), 맥(貊), 흉노(匈奴) 그리고 위(魏)나라, 진(晋)나라 때의 오환(烏丸), 선비(鮮卑) 등이 모두 그들의 후손이다.”
또 다른 중국의 역사학자 임혜상(林惠祥)의 연구결과를 살펴보자.
“한족(漢族)의 대부분은 동이(東夷)로부터 나왔다. 중국의 진(秦)나라 이전의 동이(東夷)는 중국의 동부지역인 산동성, 강소성, 안휘성 및 회수 일대를 넓게 점령하고 살았고, 그 갈래로는 우이(隅夷), 회이(淮夷), 서융(徐戎), 도이(島夷), 래이(萊夷), 개이(介夷), 근모이(根牟夷) 등이다. 옛 기록에 의하면 순(舜)임검은 동이(東夷)사람이다. 제(齊)나라의 명재상 관중(管仲)도 동이(東夷)인이고, 은(殷)나라도 동이(東夷)가 세운 나라이다. 그러나 B.C 246년 진시황(秦始皇)이 중국을 통일하면서 중국 내의 동이족들은 여러 곳으로 흩어졌거나 한족(漢族)에 동화되었다.”
이들의 주장에서 보았듯이 우리 한민족[東夷族]의 활동무대가 은(殷)·주(周) 이전부터 이미 중국의 산동성, 하북성, 밝해연안, 하남성의 동남녘, 강서성의 서북 지역, 안휘성 일대, 호북성의 동반부, 요동반도와 만주 전역 그리고 한반도 등 실로 엄청난 영역이었음을 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