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황남대총(皇南大塚)의 주인공은 내물왕 부부
지금 경기도 박물관장으로 일하고 있는 고고학자 이종선씨는 「고신라왕릉연구(古新羅王陵 硏究)」(학연문화사)란 책에서 경주 황남대총(옛 98호 고분)의 주인공을 신라 내물왕 부부로 추정했다. 이 적석목곽분(積石木槨墳) 형식의 고분은 지름 80m, 높이 23m의 고분 둘을 연결시킨 쌍분(雙墳)이다. 이원장은 남분(南墳)은 내물왕, 북분(北墳)은 내물왕의 부인인 보반(保反)의 묘라고 주장했다.
이원장은 1974년에 이 고분의 발굴에 참여한 사람이다. 그는 신라 사람들이 먼저 남분을 만들고 나중에 그 고분의 일부를 파내고 북분을 연결한 사실에 흥미를 갖고 연구를 해왔다고 한다. 남분에서는 금관은 나오지 않았고 갑옷은 나왔다. 북분에서는 금관이 나왔고 「夫人帶」라고 쓰인 허리띠 장식이 나왔으며 갑옷은 발견되지 않았다.
발굴팀은 남분이 왕의 무덤이고, 북분은 왕보다 뒤에 죽은 왕비의 무덤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부장품으로 미뤄 남분이 약하고 북분이 화려하다. 왜 이런 차별인가. 이종선 관장은 무덤의 주인공을 추적하기 위해 우선 무덤의 연대를 추정했다. 부장품과 이 적석목곽분의 형식을 살펴서 그가 내린 결론은 남분은 4세기 후반~5세기 초반, 북분은 5세기 전반 중엽 이전에 속한다는 것이었다.
황남대총 금관. 국보 제 191호. 국립경주박물관 소장.
이 시기의 신라 왕 부부는 제16대 흘해이사금(訖解尼師今, 재위 310~356) 부부와 내물마립간(奈勿麻立干, 재위 356~402) 부부 네 사람밖에 없다. 흘해이사금은 석(昔)씨 왕계의 마지막 왕으로서 후사가 없이 죽었다. 그는 다소 허약한 왕이었다. 그런 흘해를 위하여 경주에서 가장 큰 왕릉을 만들었을 것 같지 않다. 흘해이사금은 후손을 남기지 못하고 죽자 신라 지배층은 대를 이을 왕을 석씨 성골(聖骨)중에서 고르려고 했으나 성골이 소진되어 왕이 될 만한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흘해이사금은 김씨계(金氏系) 최초의 왕인 미추이사금 집안에서 데려온 두 사위-내물과 실성(實聖)을 두었었다. 왕위(마립간이라 불렸다)는 나이 많은 내물에게 돌아갔다.
내물왕은 재위 46년간 신라의 기틀을 확립한 왕이었다. 그는 신라가 망할 때까지 계속되는 김씨(金氏) 왕족 시대를 열었다. 이종선 원장은 이 김씨 왕족이 흉노-알타이계 유목민 출신이라고 생각한다. 402년 내물왕이 죽자 왕위는 내물왕의 아들 눌지한테 가지 않고 손아래 동서인 실성에게 돌아갔다. 실성왕은 눌지를 고구려에 인질로 보냈다.
417년 눌지가 고구려에서 돌아와 왕이 되는 과정이 삼국사기에 이렇게 쓰여 있다.
<눌지마립간의 부인은 실성왕의 딸이다. 내물왕 37년에 실성을 고구려에 볼모로 보냈는데, 실성이 귀환하여 왕이 되자 내물왕이 자기를 볼모로 보낸 것을 원망하여 내물왕의 아들에게 보복하려고 사람을 시켜 고구려에 있을 때 알았던 사람을 초청하여 비밀히 알리기를 『눌지를 보면 죽여라!』 하였다.
고구려 사람은 마중 나온 눌지의 외양과 풍신이 상냥하고 단아하여 군자의 풍도가 있음을 보고 말하기를, 『귀국 왕이 나에게 그대를 죽이라고 하였으나 지금 그대를 보니 차마 죽이지 못하겠다』하고 이내 돌아갔다. 눌지는 원망하여 도리어 왕을 죽이고 스스로 위에 올랐다>
서기 417년에 아마도 내물왕의 부인이자 자신의 어머니인 보반부인이 죽었을 것이다. 눌지는 자신의 후원자이던 어머니가 죽자 자신이 실성마립간의 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걱정하여 재빨리 쿠데타를 결행했을 것이다.
황남대총 은관. 보물 제631. 국립경주박물관 소장. (사진 © encyber.com)
왕이 된 눌지는 이미 만들어진 내물왕의 남분에 어머니의 무덤을 북분으로 이어 놓으면서 여기에 화려한 부장품을 넣었다. 눌지마립간은 쿠데타를 일으킨 자신의 위세를 과시하기 위해서 어머니를 위한 무덤을 초대형으로 만들고, 초호화판의 부장품으로 채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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