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대출사기 대응못한 산은..구조조정 부른 모럴해저드
자료출처 : 헤럴드경제 2016. 05. 09. 강승연 기자
산은, 5년간 9차례 제재…4차례서 여신관리 소홀 지적
수은 제재 2/3 여신관리 부실 문제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기업 구조조정을 계기로 국책은행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20조원 넘는 여신을 쏟아부은 조선ㆍ해운사의 부실을 제대로 감시하지 않아 일을 키웠다는 비판이 거세다.
여기에 산은이 7년 간 이어진 대출사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등 소홀한 여신 관리로 수차례 당국의 제재를 받았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막대한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국책은행의 구조조정 능력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의 제재 기록을 분석한 결과 산은은 최근 5년 간(2012∼2016년) 총 9차례에 걸쳐 제재를 받았다.
이 가운데 여신 심사ㆍ관리 소홀로 제재 대상에 오른 것이 4차례에 이른다.
지난해 12월에는 산은이 2007∼2014년 총 1611억원을 빌려준 제조업체 A사가 허위 수출채권을 이용한 대출사기를 하고 있었음에도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주의 및 자율처리 등의 제재가 내려졌다.
A사가 제출한 자료가 부족한데도 대출을 승인하고 사후관리도 허술했다는 이유다. 이 업체는 2014년 말 여신잔액 1177억원 중 605억원의 부실을 냈다.
2014년 11월에는 B조선사에 대한 여신 취급심사와 사후관리를 소홀하게 한 책임으로 관련 직원들이 문책 및 조치의뢰 처분을 받았다.
산은이 지난 2009년 B사에 시행한 운영자금 연간 사전한도를 3000억원 증액하면서 세부절차를 고객전담역에게 위임하고 대출금 회수조건 이행 여부를 점검하지 않은 게 문제가 됐다.
B사로부터 1800억원 상당의 선박 인도대금채권을 양도받기로 하고도 채권회수 조치를 취하지 않아 약 727억원의 손실까지 입었다.
당시 금감원은 “B사에 대한 선박건조선수금이 유용된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등 주채권은행으로서의 역할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특별조사 결과 산은이 세월호 운영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사업성 및 채무상환능력에 대한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여신을 취급한 사실이 드러나 문책 및 조치의뢰 등의 제재를 받았다.
수은도 부실여신 관리에 허점을 노출한 것은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내려진 3차례의 금감원 제재 중 2차례에서 여신 관리가 문제로 지적됐다.
금감원은 올 2월 해외 프로젝트파이낸스 여신관리 및 여신 심사인력 전문성 부족 등으로 수은에 13건의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본점의 경우 여신 심사인력 중 70%가 심사경력이 3년 이하였고, 해양 부문 심사역 경력은 평균 1년 수준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수은이 분기마다 실시한 유동성리스크 스트레스테스트에 대해서도 중소 조선사에 대한 대출(보증) 잔액 변동분을 고려하지 않고 시행돼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또 수은은 지난해 12월 가전업체 모뉴엘의 대출사기와 관련해 13건의 기관 개선 등 제재를 부과받았는데, 분식 가능성이 있는 거래처에 대한 사후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과 함께 여신 심사절차를 개선하라는 주문을 받았다. 특히 별도의 독립적인 심사부서를 두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 '조선업 불황' 9년전 보고받았다
자료출처 : 문화일보 2016. 05. 09. 유현진 기자
“2008년부터 공급초과… 무분별한 설비증가 위험”
산업연구원 2007년 보고서 정부에 면밀한 검토도 요구
공적자금 투입된 기업들 무리한 설비 증가조차 방치
9년 전 정부가 조선업계의 불황 가능성과 무분별한 설비 증가가 위험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보고받고도 제대로 대응조치를 취하지 못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적자금이 투입된 업체의 설비 조정이나 인건비 증가를 막지 못해 실제 불황기로 접어들면서 부실을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문화일보가 입수한 지난 2007년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의 ‘중형조선산업 현황 및 발전방향’ 보고서에는 향후 조선산업에 상당규모의 초과 공급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담겨있다. 이 보고서는 당시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산업연구원에 의뢰한 것이다.
보고서는 세계 조선산업 수급 전망에 대해 영국 조선·해운조사기관 MSI의 추정치를 인용해 총 수요가 2006년 9000만GT(선박무게)까지 증가했다가 2008년 4000만GT로 급감하는 반면 총 공급은 오히려 이를 초과해 6000만GT에 이르면서 불균형이 발생하며, 이 현상이 2011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후 2013년부터는 수요가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했지만, 저유가 현상으로 실제로는 최근 수주절벽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구체적으로는 석유제품 운반선의 계약규모가 2006년 900만GT까지 증가했다가 2010년대까지 100만GT대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당시 늘어나는 수주물량으로 인해 국내 조선소들이 설비 증가 등 건조능력 확대, 인건비 상승에 주력하는 것은 불황 시 치명적일 수 있는 만큼 정부에 면밀한 사전 검토를 요구했다. 조선시장 호황으로 건조능력을 확대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선박 공급 과잉 및 운임 하락 문제를 야기하는데, 세계경제가 불황으로 돌아서면 수주량과 고용이 심각하게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해당 보고서를 받고도 정책의 기초 자료로 활용한다는 기록만 남긴 채 제대로 된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이미 정부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들의 무분별한 설비 증가조차 조정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업체들이 설비를 오히려 더 늘리는 바람에 관련 인력 부족 현상이 발생해 인건비가 상승됐고, 저가 수주 경쟁도 과열됐다.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삼성중공업이 2011년 8.7%에서 2014년 10.1%로 10%대를 넘었고 지난해 13.7%까지 증가했다. 현대중공업도 2011년 8.3%에서 2015년 9.9%로 상승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미 2011년 10%대를 넘은 10.2%를 기록했고, 2013년 9.4%로 다소 낮아졌지만 지난해 10.0%로 다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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