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조 몰린 헤지펀드…반은 본전, 20%는 쪽박
자료출처 : 조선일보 2017. 12. 06. 안준용 기자
소수의 자금을 모아 고수익을 추구하는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이 올 들어 빠른 속도로 커졌다. 하지만 설정액이 50억원이 채 안 되거나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펀드가 속출하는 등 펀드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헤지펀드 판이 커진 만큼 투자자들은 상품 선택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년 말 6조7000억원이던 한국형 헤지펀드 설정액은 올 12월 현재 12조4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가 됐다. 올 들어만 500개 넘는 펀드가 생겨났다.
초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대거 몰린 결과다. 증시가 상승세를 타면서 발 빠른 자산가들이 은행 예금 대신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헤지펀드에 돈을 맡겼고, 운용사들이 이런 고객들을 붙잡기 위해 앞다퉈 새로운 상품을 출시했다.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면서 부동산에 관심을 두었던 투자자들에게도 한국형 헤지펀드를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주목했다.
이에 더해 정부는 올 5월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공모 재간접 펀드도 허용했다. 기관투자자나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이었던 헤지펀드에 평범한 투자자들도 돈을 맡길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9월 국내 처음으로 500만원을 갖고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공모 재간접 펀드인 ‘미래에셋 스마트 헤지펀드 셀렉션 혼합자산펀드’를 출시했고, KB자산운용 등도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연초 이후 수익률 +128%부터 -80%까지…평균 6.4%
한국형 헤지펀드는 다양한 투자 전략을 활용해 연 7~10% 수익률을 목표로 삼는다. 올 들어 눈부신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도 있다. 설정액 270억원인 트리니티자산운용의 ‘트리니티 멀티스트레티지 1호’는 연초 이후 이달 4일까지 낸 수익률이 100%가 넘는다. 올해 상승장을 이끌었던 반도체 등 IT(정보기술) 종목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수익률이 높았다. 작년 8월 펀드 출시 이후 수익률은 175%에 달한다.
설정액이 11억원에 불과하지만 비상장 주식에 적극 투자하는 씨스퀘어자산운용의 ‘Pre-IPO 코넥스 1호’는 올해 수익률 128%로 현재 출시돼 있는 한국형 헤지펀드 738개 가운데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이 펀드는 최근 투자금을 모두 회수하고 청산을 완료했다.
하지만 ‘대박 펀드’만 있는 것은 아니다. 738개 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6.4%에 머물렀고, 496개(67.2%)는 이보다 못했다. 펀드 3개 중 2개는 평균 수익률에도 못 미친다는 얘기다.
더욱이 132개 펀드(17.9%)는 올해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작년 11월 출시된 ‘토러스 대체 투자 1호’, ‘토러스 대체 투자 2호’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80%였고, 설정액이 2500억원이 넘는 ‘흥국재량투자2호[채권]C-I’도 수익률이 -0.1%다.
메자닌 펀드들도 부진했다. 메자닌 전략은 전환사채(CB·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 신주인수권부사채(BW·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 매매에 집중하는 투자 전략을 말한다. 증시 조정기에 채권으로 유지하다 상승 국면에 주식으로 전환해 수익을 추구한다.
메자닌 펀드는 중소형주 장세에 유리한데 상반기 전환사채 등을 주로 발행하는 중견·중소기업 주가가 부진했던 탓에 ‘아샘 메자닌포커스 1호’(-17.9%), ‘LK메자닌 1호’(-11.1%) 등의 수익률이 저조했다.
◇펀드 평균 설정액은 감소… 펀드 운용 인력 등 꼼꼼히 살펴야
헤지펀드 운용사 숫자는 105개로 2011년 시장이 출범한 지 6년 만에 처음으로 100개를 넘어섰다. 펀드 숫자도 700개를 훌쩍 넘어섰다. 하지만 각 펀드의 덩치는 작아지고 있다. 지난 9월 말만 해도 펀드당 평균 설정액이 191억원이었는데, 12월 현재 169억원으로 감소했다.
10월 이후엔 전체 헤지펀드 투자 금액이 늘어나지 않은 가운데 80여개 펀드가 새로 출시됐다. 설정액 4300억원대인 ‘NH 앱솔루트 리턴 1호’가 있는가 하면, 설정액 50억원 이하인 헤지펀드도 전체의 30.8%인 227개에 달한다. 수익률뿐만 아니라 설정액 규모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운용사의 전체 헤지펀드 설정액이 1000억원을 밑도는 가운데 1조원이 넘는 운용사는 두 곳에 불과하다. 헤지펀드 설정액이 1000억원을 웃도는 운용사는 모두 36개로 전체의 30% 수준이다.
펀드 운용사와 상품 숫자는 우후죽순으로 늘어났지만, 전략은 그리 다양하지 않다. 한국형 헤지펀드의 투자 자산은 여전히 국내 주식 위주인 데다 투자 전략도 롱쇼트(상승 예상 종목을 사고, 하락 예상 종목을 공매도) 전략에 치우쳐 있다. 롱쇼트 전략은 주가 변동 폭이 클 때 예측이 어긋나면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 펀드 전략이 비슷해지면 덩치 큰 펀드로 돈이 더 몰리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그간 주로 펀드 판매 대행을 해온 증권사들이 직접 펀드를 출시하고 있고, 공모 재간접 펀드까지 도입되면서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자 곧 시장에서 도태되는 펀드가 속출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특히 규모가 작은 자산운용사는 운용 인력 1~2명만 빠져나가도 펀드 운용이 어려워진다.
리스크(위험)가 커진 만큼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할 점은 더 많아졌다. 쏟아지는 펀드들 가운데 안전하면서도 자신의 투자 전략에 맞는 펀드를 직접 골라야 하기 때문이다.
헤지펀드 대부분은 레버리지(차입)를 사용하는 등 전략이 공격적이고 원금 손실 위험도 있다. 또 한국형 헤지펀드는 목표 수익률을 넘어서면 수익의 10~15%를 성공 보수로 떼어가고, 펀드 매입과 환매가 자유롭지 않아 펀드 환매에 길게는 한 달 이상 걸리기도 한다.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공모 재간접 펀드도 수수료가 일반 공모 펀드보다 높게 책정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헤지펀드는 펀드매니저의 전략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무엇보다 펀드 운용자와 투자 전략을 꼼꼼히 따져보고, 특히 설정 1년이 채 안 된 펀드는 신중히 골라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형 헤지펀드
소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은 뒤 주식·채권·파생상품·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사모펀드를 헤지펀드라고 한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금융 당국이 2011년 말 기존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하면서 내건 이름으로, 소수(49인 이하) 투자자들이 최소 1억원 이상씩 투자하도록 했다. 저금리 시대에 인기를 끌며 올 들어서만 500개 넘는 펀드가 생겨났다.
버핏, 헤지펀드와 ‘10년 수익률’ 내기 압승
운용사 ‘프로테제’ 대표 지데스와 64만달러 원금 걸고 10년 대결
버핏이 선택한 인덱스펀드 승리 / 판돈도 예상액 2배 이상 증식
총 222만달러 자선단체에 기부
자료출처 : 한국일보 2018. 01. 01. 강아름 기자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AP 연합뉴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지난 10년간 투자수익률을 놓고 헤지펀드와 벌인 ‘세기의 대결’에서 압승을 거뒀다. 버핏의 귀신 같은 ‘투자 촉’은 애초 100만달러였던 내기 상금마저 2배 이상 불려 자선단체에 기부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1일 “버핏이 헤지펀드 매니저와의 대결에서 승리해 그가 후원하던 자선단체가 222만달러(약 24억원)의 상금을 거머쥐게 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대결은 10년 전인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뉴욕의 헤지펀드 운용사인 ‘프로테제 파트너스’ 테드 지데스 회장과 “향후 10년간 인덱스펀드(주가지수 등 특정 지표 움직임에 연동되는 펀드)가 헤지펀드(개인 자금을 모아 특정분야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을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두고 내기를 걸었다. 버핏은 평소 헤지펀드의 운용 수수료가 지나치게 비싸다고 비판해 왔다.
내기에 따라 버핏은 뱅가드사의 ‘S&P 500’ 인덱스펀드를, 지데스 회장은 자체적으로 엄선한 5개 헤지펀드 묶음을 수익률 경쟁 대항마로 골랐다. 당시 양측은 내기 판돈으로 각각 32만달러씩를 내놓고, 이를 미국 국채에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원금과 이자를 합쳐 10년 뒤 100만달러로 불어날 상금은 승자가 정한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이렇게 2008년 1월 1일 시작된 둘 사이의 자존심 대결은 2017년 뉴욕 증시 마지막 거래일이던 지난달 29일 버핏의 완벽한 승리로 싱겁게 끝이 났다. 이미 버핏이 고른 인덱스펀드는 2016년 말까지 연평균 7.1%의 고수익을 낸데 반해, 프로테제의 헤지펀드 수익률은 2.2%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엔 인덱스펀드가 추종하는 S&P 500 지수가 연초 대비 18.4% 급등하며 2013년 이후 최고 상승곡선을 그리기도 했다.
둘 사이의 대결보다 더 놀라운 건 판돈의 엄청난 수익률이다. 버핏과 프로테제는 저금리로 국채 가격이 뛰어 불과 5년 만에 판돈이 100만달러 이상으로 불어나자 2012년말 판돈을 버크셔 B주 1만1,200주로 옮겨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버크셔 주가가 121%나 급등하면서 내기 상금은 애초 정한 100만달러의 2배가 넘는 222만달러까지 급증했다.
WSJ는 “버핏과 헤지펀드 간 10년 내기의 진정한 승자는 자선단체 '걸스 오브 오마하(Girls Inc. of Omaha)'”라고 평가했다. 걸스 오브 오마하는 6~18세 여자 청소년에게 교육ㆍ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비영리단체다. WSJ은 “버핏의 조언에 따라 이 자선단체가 위탁 연령을 넘은 소녀들에게 임시 주택을 제공하는 새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흥미로운 대결을 전세계 투자자들이 또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미국 CNBC방송은 전했다. 올해 88세가 된 버핏은 지난해 10월 펀드 매니저에게 보낸 메일에서 “10년 후에는 97살이 되기 때문에 더는 헤지펀드와 투자 대결을 하지 못한다”라며 “그때가 되면 내기를 제대로 분석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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